범죄와의 전쟁이 수렁에 빠졌는가,치안이 오히려 범죄에 밀리는 꼴이다. 끔찍하고 허망하게 인명이 잇달아 사라져 간다. 일가 암매장사건의 충격으로 강진을 만난 듯 가슴이 떨리는 판국에,어린 여중생이 또 무참한 죽음을 당했다.부녀자 연쇄살해사건이 4년 사이 8차례나 발생한 경기도 화성은 또한번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번으로 9차례,2년간 잠잠하더니 비슷한 흉악사건이 방심의 허를 찌르기라도 한 듯 또 일어났다. 전율과 허탈은 현지 주민만이 겪을 일은 아닐 것이다.
도무지 믿고 의지할 데가 없다. 경찰력이 총동원되어 발벗고 나서 애를 쓰고 있음은 잘 알고 있는 바다. 그러나 실제론 있으나마나 한 것 같으니 야단이다. 경찰은 강력사건이나 흉악범을 정면제압하지는 못하고 뒤쫓기에 급급하다. 예방기능이 힘을 못 쓰니 희생은 늘어만 간다.
범행 즉시 안 잡히면 흉악범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강릉 신혼부부 강탈사건을 재빨리 해결했다면 일가 암매장의 참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화성의 연쇄사건은 더욱 그러하다.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범행이 이미 여러 번 거듭되었다. 이중 한 사건의 범인만 우연히 붙잡혔다.
경찰은 그동안 연인원 19만명을 동원하고 화성경찰서 수사요원의 절반을 집중배치해 수사를 벌였다지만 변변한 단서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이러한 「미궁 4년」은 무능 탓인가 무력인가,아니면 그것이 한계인가. 그래도 경찰을 믿고 살자니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형편에 이르렀다.
연쇄살해사건을 다루는 경찰과 주민협력체제에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다. 주민들은 억울한 「혐의」로 검문과 조사에 시달리고 특히 젊은이들이 고역을 치렀다는 것이다. 밤길 외출을 삼가는 등 자위를 강구하고 수사에 협조했으나 또한번 기막히게 당하니 원망과 울분의 표적이 어디로 향할지 뻔한 일이다.
어떻든 범인은 경찰이 잡을 수밖에 없고 또 반드시 잡아야만 한다. 아홉 번째 사건이 「얼굴 없는 범인」을 필포할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기를 놓치면 불행과 비극은 되풀이되며 누가 희생자가 될지 불안이 가중될 뿐이다.
9번째 연쇄살해사건 해결에 경찰의 위신과 신뢰를 걸어 마땅할 줄 안다. 이 사건이 신속하게 풀리게 된다면 예방기능의 회복과 범죄에 대한 철퇴를 가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리라는 기대감도 부풀어오른다.
우리는 현지 주민들의 적극적인 수사협조와 용감한 주민의식과 고발정신의 발휘를 당부해두고자 한다. 범죄와의 전쟁은 경찰에만 맡겨둘 형편이 아니다. 주민의 합심이 없으면 범인은 꼬리 숨기기가 한결 쉽다.
범죄는 두려워하면 안된다. 맞서서 싸우고 꼭 이긴다는 결의가 있으면 퇴치는 가능한 일임을 확신한다. 그래야 범인은 「독안에 든 쥐」의 신세가 된다. 흉악범의 얼굴을 응징의 마당으로 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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