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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동구 밀착 빠른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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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동구 밀착 빠른 발걸음

입력
199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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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대소ㆍ파 우호조약 이어 체코ㆍ루마니아와 총리회담/독서 후견인 자임,동구서도 경원 절실/「뒤뜰」화에 미ㆍ서구 “구걸행각” 부정시각독일이 동유럽과 급속히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독일은 통일 1개월여만인 지난 9일 소련과 불가침서약을 포함하는 우호친선협력조약을 체결,양국관계에 평화의 새 시대를 공식 개막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침략과 영토분쟁으로 점철된 어두운 역사를 공유해온 이웃 폴란드와 국경조약을 체결,상호 화해와 협력을 약속했다.

이 두가지 역사적인 작업에 이어 콜 독일 총리는 11월중에 칼파 체코 총리,로만 루마니아 총리와도 연쇄회담을 갖고 상호 협력증진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인접국 체코와는 소ㆍ폴란드와 같은 포괄적인 국가간 협력조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독지역 재건과 통일정치 구조완성 등 국내문제만으로도 여념이 없는 콜 총리의 이같은 대 동구외교는 외형적으로는 소ㆍ동구의 경제사정이 독일로부터 신속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특히 에너지위기 속에서 겨울을 앞두고 독일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또한 동유럽 이웃들의 「경제적 후견인역」을 자임하고 있어 경제협력 강화는 일견 자연스런 진전이다.

그러나 소련에 이은 폴란드ㆍ체코와의 포괄적 우호협력조약 체결은 통일독일로선 오랜 적대지역에 새로운 독자적인 「우방국가망」을 구축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CSCE(전유럽안보협력회의) 파리 정상회담 개최에서 보듯 붕괴된 전후질서를 대치할 새로운 질서를 향한 모색이 한창인 유럽의 현실에 독일의 대 동구 유착이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통일독일의 빠른 대 동구 행보와 관련,서유럽과 미국은 애써 「평가절하」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베를린장벽 붕괴 1주년을 택해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이 우호협력조약 체결을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서구언론은 양국관계의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고르바초프 열기 사라졌다」「고르바초프 구걸행각 소득없다」「독일의 대소 선심 한계에…」 등이 미ㆍ서구의 주요 언론들의 제목이었다.

이들 보수 언론들은 양국간 우호조약의 역사적 의의는 대체로 무시한채,소련의 경제상황 악화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실제 독소조약은 역사적 상징성 외에도 양국간의 향후 긴밀한 협력을 폭넓게 천명하고 있다. 특히 서구 언론이 부정적으로 언급한 경제ㆍ기술협력조약의 경우 독일의 전폭적인 지원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 조약에서 우선 독일은 소련이 동독과 추진해왔던 천연가스 저장소 및 제련소 건설 등의 계속 추진을 보장했다. 또 조선 항공 자동차 산업 등에서의 지원ㆍ협력과 함께 교통 수송망 통신건설 등 사회기반시설 개선에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소련의 경제건설을 위한 중ㆍ장기 자금추가 지원을 약속,독일의 대소 지원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독일언론들은 대소 우호협력조약의 역사성을 다각도에서 조명,강조하고 있다. 보수적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지는 독소관계를 고르바초프와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이 회동한 본 하머슈미트궁 앞 공원의 은행나뭇잎에 비유,「자웅동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14일 체결된 독ㆍ폴란드 국경조약은 또다른 측면에서 독일의 강력한 대 동구 드라이브를 보여주고 있다.

콜 독일 총리는 지난 8일 폴란드와의 국경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오데르에서 마조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회동,국경조약의 11월중 조인을 약속했다. 당시 이는 소련과의 우호조약 체결을 앞둔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독일과 폴란드는 예상보다 빠른 14일 국경조약을 체결했다. 바르샤바에서의 조인식에서 마조비에츠키 총리는 이 조약을 독 소간의 「상호화해의 상징」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독일을 신뢰한다』고 선언했다. 또 겐셔 독일 외무장관은 내년봄 우호협력조약 체결을 약속하면서,『국경이 빈부를 가르는 경계가 돼서는 안된다』며 경제지원을 다짐했다.

겐셔 장관은 폴란드의 EC가입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오데르 나이세지역간 협력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의식 형성」을 천명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마조비에츠키의 고위보좌관은 가제타 위보르차지와의 회견에서 『독일은 폴란드의 서유럽 편입을 위한 최대의 희망』이라고 규정,독ㆍ폴란드 관계를 웅변했다.

독일 정부가 이처럼 폴란드와의 관계를 급진전시키고 있는 데는 오는 25일로 임박한 자유노조지도자 바웬사와의 대통령선거 대결을 앞둔 마조비에츠키 총리를 지원하기 위한 배려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는 독일이 주변 동구국가에 부여하고 있는 전략적 의미의 정도와,향후 행보를 가늠케하는 한 단서로 이해되고 있다.

폴란드는 현재 독일을 통해 서구에 지고 있는 기존외채의 80%를 감면받으려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폴란드ㆍ체코와 헝가리는 구 동독군의 잉여장비를 무상으로 지원해줄 것을 독일에 요청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독일이 대 동구관계 확대와 관련해 갖고 있는 지렛대의 일부에 불과하다. 동유럽이 「통일독일의 후원」이 될 것이란 예상은 급속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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