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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질서재편 가속화 계기/노대통령 년내 방소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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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질서재편 가속화 계기/노대통령 년내 방소의 뜻

입력
1990.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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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ㆍ한중관계개선 기폭제기대/소 정정불안ㆍ조급성사 우려도12월 중순께 이뤄질 노태우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의 2차 한소정상회담은 동북아 질서재편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대소 경제진출의 결정적 계기로서의 뜻을 지닌다.

노 대통령의 소련방문은 86년간 양국 관계사에 우리의 국가원수로는 첫번째 방문이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 한소 양국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정세 및 국제정세에 큰 변화를 초래케 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노 대통령의 방소는 크게 정치 외교 경제적 측면에서 각각 다른 의미와 전망을 부여할 수 있다.

우선 정치적 측면에서 한반도를 축으로 한 동북아의 질서재편에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북대화 및 남북 관계개선에 긍정적 변수로서 작용할 것은 거의 틀림없는 사실로서 받아들여질 만하다.

나이가 통일의 여건조성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6월초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 이후부터 남북한관계가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을 하나의 구체적 사례로 관계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상회담이후 남북고위급회담이 이뤄져 남북 당국자간 처음으로 본격대화가 시작됐으며 이는 한소정상회담의 긍정적 여파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방소와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더욱 전향적으로 방향을 선회해 갈 것으로 보이며 우리의 남북 관계개선정책과 통일정책이 주변 4강 중 미ㆍ소ㆍ일 3강의 확고한 담보를 배경으로 한층 더 이니셔티브를 잡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련은 이번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비통제 문제와 핵문제,유엔가입문제 등에서 우리측의 입장에 전폭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미ㆍ일 등과 함께 한반도 정책에 향후 행보를 같이하게 될 것이 확실시 된다.

이미 메드베데프 소련 대통령위원회 위원은 17일 청와대 면담에서 노 대통령에게 소련의 이같은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메드베데프 위원은 『소련이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포함하는 모든 문제에서 한국의 입장을 전폭 지지한다』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 이는 남북관계 및 통일정책에서 한국측 입장을 전폭 지지한다는 간접 의사표명이라 할 수 있다.

또하나 정치적 측면에서 중국의 대한 관계개선 및 수교속도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소 관계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은 이번 노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을 계기로 접근의 속도를 더해 수교 일정을 앞당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외교적 측면에서는 북방정책으로 시작된 우리의 전 방위외교가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의 「연내 모스크바 입성」은 국제외교가의 큰 사건으로 비쳐질 만하다.

특히 노 대통령의 방소 형식이 일반적 외교관행과 달리 「정중한 친서초청」이라는 점은 각별한 의미로서 해석될 만하다.

이는 소련당국의 대한 인식이 각별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정부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노 대통령의 방소는 대소 경제진출 및 양국간 경협의 실질적 착수를 의미한다. 현재 양국간에는 경제교류의 제도적 바탕이랄 수 있는 무역ㆍ항공ㆍ과학기술ㆍ투자보장협정 등이 가서명 상태에 있다. 또한 이중과세 방지협정은 금명간 가서명할 예정이며,어업협정은 연말에 이뤄질 예정인데 노 대통령 방소와 함께 양국 정부는 모든 협정에 조인,일괄타결 하게 된다. 그동안 탈만 무성했던 대소 경협규모도 현재로서는 20∼30억달러 정도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소 이후부터 경제 분야의 교류가 활발해지게 되며 대소 플랜트수출과 합작투자,소련의 대한 우주항공ㆍ기초과학 분야의 기술합작,자원공동개발이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소련은 무한한 시장잠재력을 갖고 있다. 인구 3억에 1천억달러 수출시장이며,무제한의 자원보유국으로 좋은 경협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미 금년에 양국간 무역거래액이 1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연내 방소는 이같은 긍정적 측면 외에 부정적 측면이 있음도 아울러 지적될 만하다. 굳이 연말에 정치ㆍ경제ㆍ민생상황 등 시급한 국내 현안이 있음에도 「화려한 정상외교」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인사들은 『한소 양국 정상이 모두 내치보다 외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소련국내 정세 불안으로 노 대통령의 방소 결과가 불투명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고르비체제의 위험성과 함께 대소 경협자체도 불안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소련 연방과의 각종 협정조인에도 불구하고 연방과 자치공화국 사이에 권한배분을 놓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자칫 우리의 대소 투자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소련을 통한 대북한 외압속도가 필요 이상으로 빠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부정적 측면의 한 가지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연말 방소는 소련당국의 시급한 경협타결 희망과 우리측의 「방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전략적 판단이 맞아떨어져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 방소는 내년 4월 고르바초프의 방한 일정을 미리 맞춰 놓은 예약 티켓의 성격을 띠고 있다.<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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