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과소비 억제운동(불편한 한미관계: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과소비 억제운동(불편한 한미관계:2)

입력
1990.11.18 00:00
0 0

◎민간 캠페인도 “정부방조” 시비/교역 아닌 조세정책까지 간섭/「최대 수출시장」감안 오해 조기불식 시급과소비 억제운동을 둘러싼 한미간 통상잡음은 미국측의 일방적인 사시와 한국정부의 매끄럽지 못한 대응태도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일부단체가 제기하는 「내정간섭」식의 감정적 대응은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꼬이게 할 우려가 크다.

연간 2백억달러 이상씩 우리 상품을 사들이는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수출신장에 경제의 사활을 걸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측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주요현안을 하나씩 살펴보면 우리로서는 사실 억울한 측면이 많다.

기아자동차가 수입시판중인 미 포드사의 「세이블」이 상반기까지 월 2백대꼴로 팔리다가 외제차 소유자에 대한 세무조사발표 이후 월 50대 이하로 판매고가 뚝 떨어진 것을 들어 미국측은 노골적인 수입규제 사례로 꼽고 있다. 또 유명백화점의 수입제품 코너가 매장을 축소하거나 문닫는 사례가 잦아지는 것도 한국정부의 방조혐의가 짙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입 내구소비재가 마구팔려 가뜩이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계층간 위화감을 조장하고 제조업의 자체기술 개발노력을 둔화시키는 과소비행태를 방치할 경우 경제운용 전반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과 여론의 일치된 지적이었다.

미국측은 농협이 벌이고 있는 「우리농산물 애용」 캠페인도 농산물시장 개방을 거부하는 조직적 반발로 보고 있다. 우리농산물 애용 캠페인은 지난해 미국산 자몽의 유해농약 검출시비를 계기로 민선조합장들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자구노력의 하나였다.

미국측은 한술 더 떠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 세수확대를 위해 내고장 담배피우기 운동을 벌이는 것도 미국산 담배 안피우기나 다름없다고 불만이다. 이는 올들어 양담배 수입상들이 가스라이터를 끼워 판촉활동을 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다경품 행위로 지적받아 제동이 걸린 사실을 배경으로 깔고 있는 듯하다.

미국측은 최근 재무부가 세제개편 과정에서 과실주와 곡주의 세율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입 와인쿨러의 소비세를 인상한 것이나 방위세 폐지를 앞두고 세수결손을 막기 위해 관세율 인하계획을 1년 순연한 사실까지를 싸잡아 명백한 시장개방 회피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축산물 유통사업단이나 방송광고공사처럼 국내업계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 업체들도 차별없이 대우하는 가구들마저 들먹여 시장접근 규제조치로 오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지금까지의 제도나 관행 및 경제운용상 필요에 따른 당연한 정책인데도 미국측은 억지를 부리고 있는 셈이어서 내정간섭 시비가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국내여건의 불가피성을 바라보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적 인식은 현재까지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어서 미국측의 오해를 조기에 불식시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제3자 입장인 홍콩의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지난달말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정부의 과소비억제 캠페인은 국민들에게 수입품은 무조건 비싸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으며 한국실정상 이러한 정부의지에 반해 수입상품 판매와 같은 사업을 계속하기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의 고압적 자세는 한미간 무역통계 방식의 차이에 기인한 측면도 적지 않다.

미 상무부는 지난 88년 한국의 대미 흑자규모가 99억달러라고 주장한 반면 우리나라 상공부 통계에는 이보다 13억달러나 적은 86억달러 흑자(통관기준)로 잡히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측은 전년보다 대미 무역 흑자가 43% 이상 줄었다고 보는 반면 미국은 불과 25% 내외 감소에 그쳤음을 강조,통상마찰의 궁극적 원인인 무역수지상 불균형 정도에서 조차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측은 심지어 박필수 상공부장관의 수출촉진 강조발언을 수입축소 종용으로 확대해석,경계의 눈길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돌이켜 보면 지난 6ㆍ7월 브래디 재무장관,베이커 국무장관 등 미국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이 과소비운동에 우려를 표시했을 때 당국은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을 앞둔 견제성 포석정도로 여겼으며 실제로 UR대응에 쫓겨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표명할 시간여유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미국측의 오해를 조기진화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앞으로 각종 국내정책 운용과정에서 주요 통상상대국의 반응을 고려,보다 국제적 안목의 세련된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유석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