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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CE 34개국 19일 파리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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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CE 34개국 19일 파리 정상회담

입력
199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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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ㆍ서 적대청산… 「전유럽 하나의 틀」 첫발/냉전 후 신질서 구축 구체작업/나토ㆍ바기구는 협력체로 존속/상설기구화 추진… 미 소외감ㆍEC 배타성 극복이 과제알바니아를 제외한 32개 전유럽국과 미국ㆍ캐나다 등 34개국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파리에서 CSCE(전유럽안보협력회의) 정상회담을 통해 탈냉전의 새 시대를 공식 선언한다. CSCE는 이번 회의에서 동서 냉전의 종식과 상호 불가침을 공식 천명하는 「파리선언」을 채택하고 유럽배치 재래식전력감축(CFE) 협정에도 서명함으로써 「유럽일가」에 한걸음 더 다가서면서 다음 세기 세계질서 구축의 역사적 전기를 마련한다.

「하나를 향한 유럽」­지난해 베를린장벽 붕괴와 동구 대변혁 후 꼭 1년 뒤 21세기의 유럽건설을 위해 열리는 이번 회의는 소련ㆍ동구권의 민주화로 체제의 차이를 없앤 유럽이 「전유럽의 틀」내에서 처음으로 안보등 제분야의 협력을 논의한다는데 역사성이 있다.

CSCE는 2차대전 뒤 평화조약 부재상황에서 유럽에서 영토와 정치상의 현상유지를 국제적으로 승인 받으려는 소련의 제창이 시발이 됐다. 동서 양진영은 지난 75년 헬싱키에서 안보ㆍ경협ㆍ인간과 사상의 교류 등 3개분야와 국경선 인정ㆍ내정불간섭ㆍ인권과 자유존중 등을 선언함으로써 양체제의 협력과 이해의 장을 탄생시켰다.

따라서 이번 회의도 탈냉전시대를 맞아 적대관계의 종식을 공식 선언하고 「유럽공동의 집」 건설을 CSCE에 맡기자는 소련의 제안에 「대서양에서 우랄까지」(드골) 「유럽국가연합」(미테랑)을 주창해온 프랑스가 회답함으로써 성사된 것이다.

대결구조의 종식에 따라 나토와 바르샤바 양대 군사동맹이 CSCE체제로 대체돼야 한다는 고르바초프의 주장이 결국 합리적인 것으로 회원국들을 어느 정도 확신시킨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회의는 안보협력이 주의제로서 그에 상응하는 결정과 문서채택 기구의 상설화가 실현된다.

우선 92년 시작될 2단계 유럽배치 재래식전력 감축협상에 34개국 전부가 참여,병력 및 무기감축을 논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번 회의에서 34개국 정상 또는 외무장관회담의 정례화 및 CSCE 상설사무국 설치에 합의하고 CSCE 의회구성문제도 논의된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 협의기구에 불과했던 CSCE가 이번 파리회의를 통해 명실상부하게 세계의 신질서구축을 떠맡는 기구로 탈바꿈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나폴레옹 전쟁 후 유럽질서 재편을 위해 열린 지난 1814년의 빈회의를 방불케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전쟁방지센터 설치에도 합의하는 한편 미국이 제안하고 있는 회원국의 자유선거를 감시할 선거국 설치문제도 논의된다. 물론 이번 회의는 통독의 마지막 외부승인 과정이 되는 동시에 독ㆍ파 국경선문제 등 통독 주변국의 관심 사항인 현 국경선 유지가 다시 한번 세계에 공표되는 장소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회의는 경협 인권 환경보전 문화교류를 위한 문서를 채택한다.

결국 이 모든 내용들을 집대성해 상징할 34개국 우호선언은 75년 헬싱키선언을 대체할 파리선언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번 회의를 통해 CSCE가 단숨에 나토 및 바르샤바기구와의 관계등 그 위상을 정립하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적대관계의 종식은 유럽의 군사안보체제가 협력과 조정의 장치로 바뀔 것이다. 따라서 CSCE체제를 통한 하나의 유럽 탄생에 앞선 과도기중 나토와 바르샤바기구는 군축과 불가침체제를 보증키 위한 파트너로 존속할 것이다. 그 성격은 억지력 아닌 협력으로,군사동맹이 아닌 정치동맹으로 바뀌어 결국은 초동맹적 안보기구로 승화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 즈음해 미국측은 유럽의 안보가 너무 빨리 유럽 자신만의 축으로 바뀌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합리적 수준의 억지력」을 선언한 소련은 서구맹방에 대한 기습공격 우려를 감소시켰고 따라서 서구를 미국에 연결시키는 발판인 나토의 의미는 감소됐다.

또 서구에서도 EC의 안보기구화나 서구동맹(WEU)의 강화론이 제기된 실정이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국인 소련 만큼 유럽에 영향력을 갖고 싶어한다. 고르바초프의 「유럽공동의 집」제창에 89년말 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신대서양주의를 제창한 것도 그같은 라이벌의식일 것이다.

물론 미국은 미소의 군축으로 억지력이 저수준에 달한다 해도 여전히 유럽에서 혹은 세계에서 소련의 군사력에 대응하는 전략적 균형추임이 분명하다.

서구는 새 유럽건설에 있어 소련에 주도적 역할을 주지 않는다 해도 결코 떼어 놓을 수는 없다. 소련의 안보이익 유지는 유럽의 안정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소련이 제창한 CSCE를 통한 유럽건설과는 또다른 유럽건설의 축인 EC는 최근 94년 1월의 유럽중앙은행 설립 등을 결정한 제2단계의 통합으로 가속화하면서 일부 주권의 EC위양을 시작하는 초국가주의의 시기로 돌입하려 하고 있다.

EC와 CSCE 등 유럽건설의 동시 추진은 동구권엔 바람직하지만 프랑스 등 EC 통합주도국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듯하다.

EC는 전체 유럽의 변화를 보증하기 위한 견인차가 되기 위해 경제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계속 성장의 주축이 돼야하지 문호를 확대하여 효율성을 희석시킬 수 없다는 것이 영국을 뺀 대부분의 견해인 것 같다.

실제로 89년 민주화 이후 동구 각국의 경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들의 EC 접근은 「악평등」의 짐을 지게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제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영향력을 갖는 시점에서 유럽의 일부 인사들은 일본의 CSCE 가입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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