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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ㆍ경 책임한계 대검서 “규명”/폭력배 「전과누락」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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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ㆍ경 책임한계 대검서 “규명”/폭력배 「전과누락」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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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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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확산ㆍ쟁점화에 심각인식/10지 지문 누락 고의성 여부에 초점인천의 최대폭력조직 꼴망파 두목 최태준씨(38ㆍ복역중)의 전과기록 누락사건은 검찰과 경찰이 책임소재를 놓고 서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검은 당초 인천의 현역국회의원 등 지역유지들이 최씨의 석방탄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강력부가 진상조사를 하도록 했다가 전과기록 누락사실이 폭로되면서 의혹이 커지자 중앙수사부가 객관적 입장에서 책임소재를 가리도록 했다.

검찰은 전과기록의 누락이 아직 고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범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어 「수사차원이 아닌 사실확인 작업」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중앙수사부에서 조사에 착수한 이상 사실상 수사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인천지검이나 경찰의 어느 쪽이 최씨의 전과기록을 고의,또는 실수에 의해 누락시켰는지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수사결과 고의로 전과기록을 누락시킨 사실이 밝혀질 경우 검ㆍ경을 불문하고 관련자들을 엄중문책할 방침이다.

검찰의 이같은 방침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현역국회의원들이 조직폭력배의 석방운동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데 이어 전과기록의 누락을 둘러싸고 검ㆍ경이 서로 책임전가함으로써 수사기관의 공신력 실추는 물론,자칫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ㆍ경의 주장중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대목은 지난 2월19일 검찰이 최씨의 엄지손가락 지문만을 치안본부에 보낸 뒤 치안본부에서 10지 지문을 모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는 부분.

경찰은 지난 2월23일 치안본부 감식과 직원이 최씨의 수사검사였던 김수철 검사 방의 여직원에게 10지 지문 송부를 의뢰하는 전화를 걸었고 40여 일이 지난 뒤인 4월6일에야 검찰이 10지 지문을 보내와 최씨가 가짜 생년월일을 사용한 사실을 밝혀내고 최씨의 전과사실을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은 경찰에 엄지손가락 지문을 보낸 것은 전과조회를 위한 것이 아니고 수사자료표 작성에 사용토록 한 것이며 치안본부로부터 10지 지문채취를 요구받은 적도 없으며 따라서 10지 지문을 치안본부에 보냈다는 경찰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정식공문을 치안본부에 보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검의 수사가 진행되면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가 드러나겠지만 인천지검이 수사단계에서 최씨의 전과사실을 알아내고도 적극적으로 이를 캐지 않은 것은 수사기술상 명백한 실수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씨가 자수한 뒤 스스로 전과 4범임을 진술,피의자 신문조서에까지 기록해놓고도 최씨의 전과기록을 정밀조사하지 않은 채 기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치안본부의 컴퓨터에는 주민조회프로그램,전과경력조회프로그램,수배자조회프로그램 등 세 가지가 있다.

주민조회프로그램은 17세 이상의 국민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열손가락 지문을 찍어 보관하기 때문에 10지 지문만 있으면 신원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과경력조회프로그램은 수사기관에서 엄지손가락 지문만을 찍은 수사자료표를 근거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적 사항을 정확히 입력치 않으면 「해당자료 없음」이란 결과가 나온다.

이번 사건의 경우 최씨가 지난 67년 이후 50년생으로 행세해와 검찰에서 「52년생 최태준」의 신원으로 전과조회를 했을 때 당연히 「해당자료 없음」이란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인천지검은 즉시 최씨의 10지문을 찍어 최씨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한 뒤 전과경력을 조사했어야 했는데도 이를 소홀히 한 것은 수사 상식상 있을 수 없는 실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은 『최씨가 자수해왔기 때문에 자수자에 대한 수사관행상 적극적으로 전과사실을 조사하지 않은 것』이라며 『또 최씨의 마지막 전과가 80년 것이어서 누범자 가중처벌조항에도 해당되지 않아 이를 조사할 필요도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인천지검은 『최씨의 진술대로 전과 4범이란 사실을 피의자 신문조서에 기록,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며 『최씨를 초범으로 처리해 기소했다는 일부 주장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검찰은 경찰이 최씨의 전과기록을 실제 주민등록상의 「50년생 최씨」로 관리해오다 뒤늦게 「52년생 최씨」로 정정,수사단계에서 최씨의 전과사실이 조회될 수 없게 한 잘못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기 이전부터 최씨가 50년생으로 행세했기 때문에 지난 67년 이후 전과사실이 「50년생 최씨」에 기록돼왔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같은 검ㆍ경의 상반된 주장은 최씨가 정치인은 물론 검ㆍ경의 관계자들과 가깝게 지내며 비호를 받았다는 소문과 맞물려 배후설에 대한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검ㆍ경의 책임전가 공방으로 실추된 수사기관의 공신력을 되찾고 최태준에 대한 배후설 등 의혹을 가리기 위해서는 공정한 입장에 선 대검의 수사자세가 요구되고 있다.<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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