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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없는 난산/추곡수매/당정,재정­농민반발 사이서 “홍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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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없는 난산/추곡수매/당정,재정­농민반발 사이서 “홍역”

입력
199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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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 겹쳐 농정실패 불만증폭 심각 양상/야당안과 큰 차… 국회동의안 제출도 못해/수매량 늘리는 선서 절충 모색○…추곡수매 문제를 놓고 정부와 민자당이 홍역을 앓고 있다. 농민들이 볏단을 불태우는 등 과격한 시위양상을 보이고 농성전반이 당면한 정치ㆍ사회 문제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추곡수매를 둘러싼 이해의 상충으로 연례행사처럼 열병을 겪어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우루과이라운드협상 압력이 이미 농촌에 큰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는 데다 잇단 농정실패에 대한 불만이 폭발되면서 양상이 한층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당장 당정간의 손발이 안 맞는 상황은 물론 민자당내 계파간의 시각차,도시ㆍ농촌 의원간의 문제인식 및 접근방식차,여야의 입장차등까지 겹쳐지는 형국이다. 이미 11월1일부터 수매가 시작됐음에도 불구,수매가와 양에 대한 정부의 국회동의안 제출은커녕 13일에야 첫 당정협의를 가진 사정은 우선 민자당의 내분에 따른 것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이런 배경에 연유한다.

물론 당초 큰 괴리를 보였던 당정의 입장차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 당의 입지를 감안,이승윤 부총리와 최각규 정책위의장의 잇단 접촉을 통해 많이 좁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자당은 국회동의안 처리 및 추곡수매 시일의 촉박함을 고려,15일 하오 여야 정책위의장 접촉을 갖고 의견을 나눈 데 이어 16일엔 당정안을 매듭짓는다는 방침.

그러나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당정안은 야당과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데다 농민들의 주장엔 크게 못미쳐 파장을 점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민자당내에선 올 수매문제를 적정한 선에서 해결함은 물론 차제에 수매정책 등 중장기 농업정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지난달 24일 정부측이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선은 ▲수매가 통일벼 3% 일반벼 6∼8% 인상 ▲수매량 통일벼 4백50만섬을 포함 6백만섬. 정부는 이에 대한 논거로 ▲한자리 수내 물가인상 억제 ▲1천3백만섬이 넘는 재고미(이중 통일벼 1천만섬) 보관능력의 한계도달 및 연간 4천억원에 이르는 보관비용을 강조했다. 이 수준은 지난해(통일벼 12%ㆍ일반벼 14% 인상,수매량 1천1백70만섬)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나 『이미 양특적자가 3조7천억원에 이르고 올해로 7천억원이 예상돼 안정적 경제운용기조를 다지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

이에 대해 민주ㆍ공화계 의원들이 『농촌을 죽이려고 합당했느냐』 『여소야대시절보다 못하면 지역구민에게 얼굴을 들 수 없어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과 으름장으로 맞섰고 민정계도 적극 가세해왔다. 이들은 『당연히 평균 두자리 수 인상과 전량수매가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의 재정부담 등을 배려하더라도 통일벼 5∼6%,일반벼 12∼14% 인상,1천만섬 이상 수매에서 한발짝도 후퇴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

이에 정부는 양곡유통위가 제시한 통일벼 5.5%ㆍ일반벼 10.5%,수매량 7백50만섬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민자당은 『수매가를 다소 양보하더라도 수매량은 반드시 1천만섬 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자당은 또 야당이 ▲통일벼 21.9%ㆍ일반벼 23.9% 인상 ▲통일벼 전량,일반벼 6백만섬 이상 수매를 요구하고 있음을 들어 『원만한 국회동의안의 처리를 위해선 정부가 단안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정가관측통들은 『정부가 경제운용적 고려를 또다시 한발 후퇴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통일벼 5%ㆍ일반벼 12∼13% 인상으로 평균 10% 가까운 한자리 수를 유지하고 ▲수매량은 1천만섬(수매 예시된 통일벼 4백50만섬 포함) 수준으로 피차 「명분」을 살릴 수 있는 당정 절충선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회동의과정에서 야당 몫의 「a」 크기가 어느 정도될 것인지가 관심이나 여소야대이던 예년에 비해 미미하리라는 전망.

○…이와 함께 민자당은 「생계농」과 「증산제일주의」에 입각한 기존의 중농정책을 일대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본격 제기하고 있다. 14일의 당무회의에서 황병태 의원 등 도시 출신 의원들은 『농민에게 자식과 같은 벼를 태우는 농촌현실을 단기처방만으로 대응할 경우 체제차원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식량안보」 개념의 수정 및 자본주의적 기업농 육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48년 토지개혁 이래 「금과옥조」처럼 돼온 ▲경자유전 ▲3정보 이상 소유금지 ▲농지임대차 제한이 농업생산력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농지의 자유로운 전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줄거리를 전개.

그러나 이같은 「장기처방」의 타당성 및 현실성과 관련,당정관계자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고 농촌현실에서 더 큰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우려도 적지 않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어떻든 매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해온 정부­당­농민의 「추곡수매 논쟁」은 올해 경우 단기적 값과 양의 결정뿐 아니라 장기적 정책전환을 강요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잇단 농정실패를 「시혜」성격의 땜질식 가격지원으로 일관해온 정부ㆍ여당의 단견은 이제 농촌으로부터 몰려오는 험한 파고를 감내하기 어렵게 된 느낌이다. 이는 또한 겉으로만 민생을 외치며 속으로 자기들 이해의 손익계산만 따져온 정치권에 올리는 적신호이기도 하다.<이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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