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명하고 강직한 사람을 재사라 하며,정직하고 중화한 사람을 덕이 있는 자라고 한다. 재는 덕을 이루게 하는 바탕이며 덕은 재를 올바로 거느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와 덕을 고루 갖추면 성인이라 할 만하다. 덕이 재보다 앞서면 군자라 부르고 재가 덕보다 위에 있으면 소인이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간신이나 집안을 망치는 패자는 거의 재가 남아 도는데 덕이 부족한 자였다」(자치통감에서). ◆정치와 폭력이 검은손을 잡으면 세상은 어지러워지게 마련이다. 미국의 마피아나 일본의 야쿠자와 같은 흑막을 들춰낼 것도 없다. 자유당 시절 이정재의 「실화」는 깡패정치의 고전으로 지금까지 기억에 살아 남아 있다. 폭력이 정치를 등에 업으면 무서운 게 없는 공포의 괴물로 표변한다. 처음엔 정치가 폭력을 조정할 듯하지만,결국 폭력에 지배당하고 만다. ◆폭력의 기생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과거 야당 안에서의 폭력고용은 흔한 일이었다. 각목대회다 유혈대회다 하는 기막힌 추태를 연출한 게 어디 한두 차례인가. 폭력사태가 터지면 그때뿐,대개 시일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로 끝나버린다. 정치와 폭력의 상호 의존관계는 이래서 좀체 뿌리가 뽑히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둔감하다. ◆폭력과 범죄와의 전쟁이 떠들썩한 마당에 국회의원이 폭력배의 석방을 탄원했다고 해서 또 시끄럽다. 당사자들인 의원들은 모르는 일이라거니,지구당의 잘못같다거니,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으며 발뺌에 바쁘다.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역시 말이 안된다. 이른바 공인으로서의 처신이 이토록 주책이 없느냐는 질책만은 면하지 못한다. ◆우리 정치인들은 재와 재만 믿고 설친다. 폭력배인들 잘만 써먹으면 그만이 아닌가 하는 배짱 탓이다. 덕을 쌓을 생각은 아예 마음에 두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재승박덕의 소인정치가 계속되어간다. 잔재주만 부리는 소인정치는 폭력의 온상이 될 위험이 언제나 따르게 마련이다. 소인들이 나라를 자꾸 어지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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