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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경제학/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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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경제학/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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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은행돈을 빌려다가 땅을 사두면 손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재의 왕도처럼 돼 있다. 은행금리가 연 10% 남짓한 수준인데 물가상승률은 늘 두자리수에 가깝고 땅값이나 아파트값은 장소에 따라 1년에 두배 세배 폭등하는 수도 있으니까 은행돈을 빌리는 것이 곧 이재의 첩경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은행돈 빌리는 것이 『보통사람들』에게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고 일반 서민들에게는 1가구 1주택 이상의 부동산을 갖는 것도 가혹한 세금으로 규제돼 있기 때문에 은행돈 빌려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 『손쉽고 확실한』 이재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물론 그림의 떡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아닌』 많은 사람들,은행돈을 쉽게 쓸 수 있는 대기업과 재벌들은 『손쉽고 확실한』 이재의 기회를 얼마든지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편중대출이나 비업무용 부동산,재벌,투기 같은 것들이 단골로 우리 사회의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노력의 대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손은 묶어놓고 혼자만 향유하는 손쉬운 이재의 기회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돈을 벌었기 때문에 그 부가 응분의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고 항상 도덕적인 규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땀을 흘리지 않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노력이나 기술,지혜의 대가없이 부당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사회의 통념으로 자리잡은 그런 사회에는 범죄가 만연할 수 밖에 없다. 손쉽게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보자는 것이 바로 범죄의 경제적 동기이기 때문이다. 한탕주의는 투기에도 통하는 말이지만 똑같이 범죄에도 통하는 말이다.

경제가 윤리적 규범을 잃고 질서를 잃어 문란해지면 투기도 횡행하고 범죄도 들끓게 된다. 투기를 뿌리뽑기 위해 검찰이 나서 사법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도 투기와 범죄를 동일시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적 단면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투기뿐 아니라 부당하게 돈을 벌어 보겠다는 생각은 모두 범죄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부당하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범죄에 대한 신념이 되는 것이며,부당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회적 통념은 바로 범죄를 양산하는 온실이 되는 것이다. 근본이 한번 잘못되면 열가지 백가지 일이 다 꼬이고 뒤틀려 아무리 지엽적인 대응을 잘한다해도 잘못을 바로 잡기가 어렵게 된다. 어렵더라도 결국은 근본을 바로 잡는데서부터 새로 시작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은 부당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범의가 가득한 오염된 사회적 통념을 부수어 버리는데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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