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자극 “조심”… 거여 냉랭한 평화/YS,언행 자제 유화손짓 역력/민정 “물갈이론”ㆍ민주 “상대잠식” 내부 움직임은 활발/김ㆍ박 위원 침묵… “와신상담” 설민자당이 내분 수습 후 서서히 당 운영의 정상화를 꾀하면서 내부적으로 조용히 변화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내분으로 당은 물론 3계파가 모두 곤욕을 치른 탓인지 어느 계파도 타계파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또 세 최고위원도 거리를 둔채 「결속」을 유달리 강조하는 등 외형적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는 태도가 역연한 것도 변화의 하나이다.
그러나 내분이 어느 계파의 완승이 아닌 무승부로 마무리 된 「미봉」이라는 점에서 표면상 당 운영은 정상화 되고 있으나 계파간의 감정의 골이 깊은데다 내각제개헌 포기로 차기 대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수면아래서 오히려 활발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민자당의 요즈음은 언젠가 계기가 마련되면 재 격돌을 예고하는 폭풍 전야의 「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지난 내분과정에서 나타난 김영삼 대표와 김종필ㆍ박태준 최고위원간의 「불편한 관계」는 쉽게 해소되지 않은 채 아직도 냉랭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도 이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지난 7일 당무복귀 이후 평소의 저돌적인 성향을 자제하면서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달라진 모습이다.
김 대표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깍듯한 언행을 보이고 있는 것이나 민주계 인사들에게 「부드러운」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집안단속을 한 대목 등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 비서실이 내분전에 계획했던 주한 외교사절 초청리셉션을 민정ㆍ공화계측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자 14일 이를 돌연 취소한 것과 일부 하위 당직개편을 검토했다가 백지화한 대목도 김 대표 나름대로 이미지 개선을 계산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 대표의 이같은 유연한 행보에 대해 당내에선 여권 2인자로서의 「세 굳히기」에 치중하면서 차기 대권을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상 내각제개헌 포기로 향후 위상이 불투명한 김종필 최고위원은 내분수습후 침묵으로 일관해 오고 있는데 그의 「침묵일관」이 단순한 무관심 보다는 91년 상반기 이후의 정국구도를 계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연말까지 김 대표에 대한 「공격」을 자제한 뒤 민정계 등 범여권과의 결속도모 등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한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 김 최고위원 측근들의 얘기이다.
박태준 최고위원도 김 최고위원의 침묵자세와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번 내분과정에서 민정계 의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나름대로 「대리인 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 최고위원은 각계파의 추이를 지켜본 뒤 적절한 시기에 「반 YS견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그 자신이 제기한 반패도 정치론과 JP의 3김 퇴진론이 멀지않아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견인차 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박 최고위원은 이미 민정계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세대교체론을 은밀히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ㆍ공화계에 비해 구심력이 떨어지는 민정계는 김 대표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면서 어느 계파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민정계의 중진인 이종찬ㆍ심명보ㆍ이자헌ㆍ오유방ㆍ이치호ㆍ김현욱ㆍ신상식 의원 등은 잦은 모임을 갖고 당 운영의 민주화ㆍ체질개선론 등을 제기하고 있으며 근저에는 차기 대권의 자유경선제를 깔고 있다.
특히 이종찬ㆍ오유방 의원 등은 공화계의 김용환ㆍ최각규 의원 등과 은밀히 접촉,민정ㆍ공화계간의 「연합전선」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또 이춘구ㆍ이한동ㆍ김용태ㆍ김태호ㆍ홍희표ㆍ조강목ㆍ손주환 의원 등도 민정계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데는 공감을 하고 있으나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민정계의 중진 및 초재선 의원들은 3김 퇴진 등 세대교체론과 당풍 쇄신에는 의견을 같이하면서 이의 적극적 추진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
이에 반해 민주계측은 민정계내에 뾰족한 구심역이 없기 때문에 김 대표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서서히 당권을 확보해 나가면 김 대표의 대권론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참여속의 투쟁」 논리를 펴고 있는 인사는 중진그룹들이 대부분이나 서울ㆍ부산 등 대도시 출신 초ㆍ재선 의원들은 『결국 당이 깨지고 말 것』이라며 김 대표의 향후 위상강화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
최근 각계파의 초선 지역구 의원 15명이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해 민주계측은 탈계파의 결속이라기 보단 「새로운 활로」 모색의 전 단계로 보고 있다.
따라서 민주계 안에선 김 대표의 「차기대권 옹립파」와 적절한 시기에 명분을 찾아 갈라서자는 「관망후 결행파」가 공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공화계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내각제개헌 구도가 「완전포기」된 것이 아니라 유보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듯이 일단 정국 동향을 올 연말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민정ㆍ공화계가 내부적으로 91년 상반기 상황을 「사전설정」해 주시하고 있는 것은 지난번 내분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민정계 중진들에게 『지금은 당을 깰 때가 아니다』며 모종의 암시를 내비친 것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민정계가 은밀히 「물갈이론」에 대비한 도상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나,김 대표의 「사조직 해체」 언급에도 불구하고 월계수회가 지역별로 회원연수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것 등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다.
그러나 민주계측은 부산ㆍ경남지역의 원내외 인사를 「포섭」하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당내에선 민정계의 PㆍCㆍOㆍK 의원 등을 신민주계 인사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 민자당의 내부기류를 갈수록 혼미하게 할 전망이다.<조명구 기자>조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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