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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못보는 「주택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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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못보는 「주택정책」

입력
1990.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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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임대」 20만 수요 무시 일방 공급중단/「영구」로 전환 무리… 주택건설 위축 가능성건설부의 주택정책이 한치 앞도 못내다보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유주택자에 대한 청약자격제한 검토설로 주택실수요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더니 최근에는 장기임대주택을 더이상 짓지 않기로 결정,장기임대주택을 공급받기 위해 주택청약에 가입한 20만명이상의 저소득 무주택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건설부는 지난 8일 「택지개발공급지침」을 개정,국민들에게 사전에 홍보도 하지 않은채 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에 내년 1월1일부터 민간주택건설업체들에 장기임대주택 용지를 공급하지 말도록 시달했다.

건설부는 또 이 지침에서 이미 장기임대주택 용지를 공급받은 주택건설업체는 ▲앞으로 국민주택기금 지원없이 임대주택을 건설하거나 ▲분양주택용지에 비해 10%싼 장기임대주택 용지를 싸게 산 금액만큼을 주공등에 반납하고 분양주택용지로 전환하거나 위의 2가지가 불가능할 경우 용지를 주공이나 지자체 등에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민간주택건설업체들은 내년부터 장기임대주택을 거의 건설할 수 없게 됐으며 장기임대주택을 기대하고 청약저축에 가입한 사람들이 장기임대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봉쇄됐다.

장기임대주택은 전용면적 18평이하의 임대주택으로 목돈이 없어 같은 크기의 주택을 분양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이 청약저축을 통해 일단 임대입주하고 5년이상 지나 소득이 증가하면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이다.

주택은행에 의하면 지난 10월말 현재 청약저축가입자 1백35만명중 약 20만명이 장기임대주택입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부는 장기임대주택제도를 폐지한데 대해 2백만호 주택건설계획에 따라 92년까지 15만가구를 짓기로 한 장기임대주택이 지난 9월말 현재 모두 13만5천가구가 건설돼 금년말이면 목표가 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올해 책정한 장기임대주택 건설지원자금도 10월말로 전부 바닥이 나 더 이상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건설부는 또 장기임대주택이 불법전매되는등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임대후 5년후면 분양이 가능하므로 자금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몰려 들고 그 결과 입주권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등 주택공급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부는 민간에 의한 장기임대주택 건설을 막는 대신 앞으로는 주공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장기임대주택과 같은 규모의 임대주택을 건설토록해 영구히 임대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택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임대주택건설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분양주택과 다름없는 장기임대주택의 폐해를 막기 위해 이를 폐지하고 새로운 형태의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건설부의 발상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 정도의 보완책으로는 임대주택건설의 차질을 예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택난 해소를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하는데 과연 주공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자금회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큰 평형의 임대주택을 자력으로 대량 건설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장기저리인 국민주택기금 지원이 당연히 뒤따라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증금과 월세를 현재보다 대폭 인상해야만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입주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주택전문가들은 또 금년초만해도 장기임대주택 건설촉진을 위해 임대료 및 보증금을 21.5%나 인상토록 해 주었던 정부가 건설목표가 조기달성됐다는 이유만으로 장기임대주택 수요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한 것도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2백만가구 건설계획 자체가 목표보다 1년 앞당겨 내년이면 달성될 전망인데 장기임대주택만 목표달성을 이유로 폐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92년까지는 소량이라도 장기임대주택건설을 계속하면서 실수요자들을 소형분양주택으로 유도하는등 신중한 정책전환이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올들어 장기임대주택은 당초 목표 1만가구보다 무려 3만3천가구가 늘어난 4만3천가구가 지어졌다.

이에 대해 주택전문가들은 『정부가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해준 데다 주택건설업자들이 조만간 분양가가 자율화되면 5년후 높은 가격으로 분양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면서 『정부가 불과 1년 앞도 못내다보고 주택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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