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매장 당한 최서연양(5) 등 일가족 4명의 영결식은 구멍뚫린 민생치안과 허술한 범죄전쟁의 성토장이었다.14일 상오 10시 서울위생병원영안실 앞 광장에서 철없는 한 어린이의 영혼을 「더이상 범죄가 없는 나라」로 떠나보내는 유족과 조문객,시민들은 가슴이 터질 듯한 슬픔과 공분을 함께 느겼다.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와 찬송가에 이어 흐느낌속에 서연이의 어머니 유은주씨(33)가 「우리들의 서연이의 넋을 기리며」라는 호소문을 읽어 내려가면서 영결식장에 흐느낌이 번져나갈 즈음 영문을 모르는 채 서 있던 서연양의 동생 지훈군(4)이 앞으로 달려나가 백합으로 장식된 누나의 영정을 껴안아 모두를 울렸다.
식장에는 경찰도 국회의원도,위정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살려주세요』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벌거벗겨진 채 숨져간 어린이와 일가족을 애도하는 보통엄마 아빠들만이 내 자식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망연자실해 있었다.
젖먹이 딸(3)을 안고 나온 서연이의 유치원 친구 홍정우군(6)의 어머니 홍혜영씨(32)는 『옆집에 살면서 연이와 친했던 아들이 「서연아 가지마」하고 울먹이는 걸 보고 아들을 차마 데리고 올 수 없었다』며 『순진 무구한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어린이의 천국은 우리 나라에는 없나요」 만장과 조화대신 식장을 가득 메운 피켓과 플래카드를 통해 어린이들은 어른에게 절규하는 듯했다.
운구차가 장지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바쁘게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길을 멈춰선 채 어린 넋을 위로하고 범죄를 더 이상 내버려 두면 안된다는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서연양의 죽음을 통해 제기된 물음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의 허술한 민생치안과 범죄전쟁은 땅에 묻고 어린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사회를 이루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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