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폭력항의로 촉발… 파리선 20여만명 시위/정권퇴진 압력 비화 우려 조기수습 총력전지난 10월초 학원내 폭력에 대한 소규모 항의로 촉발됐던 프랑스 고교생들의 시위가 지난 12일을 기점으로 미테랑 사회당정권의 진로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국적인 학생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프랑스 정국은 지금 학생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주부터 지역별로 산발적인 시위를 벌여왔던 프랑스 전역의 고교생들은 이날을 「교육을 위한 전국대행진」의 날로 선포하고 20여만명(경찰추산 10만∼12만)이 파리로 집결,격렬한 시위를 전개했다.
열차와 버스편으로 새벽부터 바스티유광장에 모여든 고교생들은 하오 2시30분(현지시간) 목적지인 샹젤리제 중심가를 향해 7㎞에 걸친 행진을 시작했다. 지난 68년과 86년의 「스튜던트 파워」에 견줄만한 규모로 평가된 이날 행진에는 학부모와 일부 교사도 참가,질서있게 시작됐으나 소수 불량학생들이 몽마르트르지역의 상점을 습격하면서부터 경찰과 학생들간에 무력충돌을 빚기도 했다. 학생들의 센강 북녘 진입을 막으려는 경찰과 진입하겠다는 학생들간에 센강의 알가교 위에서 투석전이 벌어져 20여명이 다쳤고 학생들에 의해 차량 30여대가 불탔으며 6개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그러나 연도의 대다수 시민들은 교육의 질적ㆍ양적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시위대에 『시위 만세』라고 외치며 성원을 보냈다. 『사회당은 페르시아만의 전쟁이나 군비증강보다 교육환경개선에 보다 많은 돈을 투자하라』는 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학생 대표들은 이같은 시민들의 격려속에 프랑수아ㆍ미테랑 대통령과 방일중인 미셸ㆍ로카르 총리를 대신해 사태해결을 책임진 리오넬ㆍ조스팽 문교장관을 각각 만나 교육예산의 대폭 증액을 포함한 그들의 광범위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학생대표들을 접견한 후 『학원내 민주화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상최초로 국방예산보다 많이 책정된 91년도 교육예산(34조4천여억원)도 필요하다면 더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스팽 문교장관도 정부가 마련할 긴급대책에 학생들의 요구를 대폭 수렴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회당 정부가 사태수습에 이처럼 적극적인 것은 이번 고교생들의 시위가 대학가로까지 번져 자칫 지난 68년 드골정권의 사퇴를 몰고 왔던 학생혁명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교육문제를 둘러싼 이번사태가 사회보장제도의 감소,경찰정보기관의 월권행위,선거자금 스캔들 등 사회당정권의 실정을 탄핵하는 정권퇴진 압력으로까지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기수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0월초 한 여고생이 학교 화장실에서 불량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계기로 터졌던 이번 고교생시위는 대표자회의에 대학생 대표들이 옵서버로 참석하는 등 대학과의 연계움직임을 구체화하며 실제로 대규모 학생개혁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수업중이던 여교사가 대낮에 외부에서 침투한 괴한에게 구타당할 정도로 열악한 학원의 안전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감시직원의 충원을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학생들의 주장은 전면적인 교육환경개선,학원내 민주화,교육예산 증가 등 문제제기의 차원을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고교 독립연맹」등 3개 시위주도단체 대표들은 아직까지는 정치적 색채를 배제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교육예산증액등 자신들의 요구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수용되지 않는한 오는 16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압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50년전 11월11일 프랑스 고교생들은 반나치시위를 벌여 「레지스탕스」운동에 불을 지핀 주인공들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전국 2천5백개교 1백27만명에 이르는 프랑스 고교생들은 자신들의 학교를 지키기 위해 또다른 「레지스탕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파리=김영환특파원>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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