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업체」더 번창 시킨 “노사화합”/작년말 미국인사장 “경영난” 짐챙겨 출국/농성 등 파행끝 “우리가 회사 살리자”한뜻/올매출 2백50만불… 멕시코 공장도외국인 사주의 일방적인 폐업신고로 존폐의 기로에 섰던 중소기업이 노사의 끈질긴 정상화노력으로 되살아나 해외에 제2공장을 세우기까지 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구로3공단내의 치과재료 전문생산업체인 한국 슈어프로덕츠(공동대표 김복영ㆍ차형환)는 지난해 12월 미국인사장이 채산성악화를 이유로 폐업신고한뒤 출국하고 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졸지에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은 미국인사장의 폐업신고를 노조탄압을위한 위장폐업이라며 4개월간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장기농성을 벌였다.
보다못한 관리이사 오석송씨가 회사살리기에 나서 지난해 5월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갔으나 떨어져나간 바이어확보의 어려움과 자금부족으로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이후 종업원지주제 도입이 검토되었으나 노사간의 의견차로 결론을 못내고 노사협의회가 경영을 맡았으나 회사사정은 더욱 어려워져만 갔다. 2백50명이나 됐던 근로자들도 하나둘씩 떠나 1백여명이 겨우 회사를 지켰다.
이대로 놔두다간 회사가 사라질 것이 뻔해지자 노사가 다시 의견을 모아 당시 기획실장인 김복영씨와 총무부장인 차형환씨를 공동대표이사로 뽑아 정상화에 나섰다.
녹슨 기계가 다시 돌고 근로자들의 손놀림이 활기를 띠면서 한국슈어는 정상가동에 진입,지난해 1백50만달러로 격감했던 매출액이 올들어서는 2백50만달러에 까지 이르렀다.
노사는 이에 만족치 않고 최근 20만달러를 투입,멕시코 북서부인 엔세나다시에 치과용 충전제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막바지준비에 한창이다.
한국 슈어는 이미 현지에 연건평 1천평 규모의 공장을 임차,현지에 파견할 7명의 직원까지 선발해놓고 있는데 내년 3월말까지 설비설치와 현지 인력확보를 끝내고 내년 4월부터 본격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 슈어는 총 80만달러를 연차적으로 추가 투입,생산능력을 연산 2백만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수립해놓고 있다.
이 공장은 기술수준이 향상될때까지 반제품을 생산하게 되는데 한국 본사에서 마무리 작업을 한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와 동남아에 수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노사양측이 멕시코진출에 합의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노조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판에 대규모 해외투자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고 「제2의 폐업」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김사장 등은 멕시코투자의 이점을 설명하면서 노조를 설득시켜 나갔다. 인건비가 국내의 30∼40%로 저렴하고 북미와 중남미 시장개척이 쉬운 점등을 들었다. 본사의 기술과 현지공장의 저임금이 결합돼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질뿐만 아니라 본사에 들어오는 주문량도 안정된다는 것이다.
문순덕 노조위원장(27ㆍ여)등 노조간부들은 일단 합의하자 회사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현지파견인원 7명중 남자공장장 1명과 통역요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여성근로자들이 자청했다.
제2공장이 세워질 엔세나다는 미국과의 국경지대에 발달한 자유무역지구인 마킬라도나에 속해있어 멕시코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년전 한국 슈어에 근무했던 재미교포도 회사측의 출자요청에 응해 현재 멕시코 제2공장건설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거의 쓰러져가던 회사를 살려낸 근로자들은 회사경영에 밀접히 간여하면서 노와 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노사화합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근로자들은 회사상표인 「황금손」이 세계시장을 누빌것을 자신하고 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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