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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유연… 무르익는 국회정상화/공전 2개월만에 분위기 급속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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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유연… 무르익는 국회정상화/공전 2개월만에 분위기 급속반전

입력
1990.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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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하면 정치일정 혼란” 공감/지자제도 큰 줄기는 서로 접근/「두 김 구도」 시험대… 현안 많아 앞날은 여전 불투명2개월간의 공전 끝에 불과 30여 일의 「마지노회기」를 남겨둔 금년도 정기국회는 늦어도 내주초에는 평민당의 등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의정의 파행고비는 간신히 넘길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평민당은 등원여부 결정을 위한 13일의 의원 및 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등원시기 및 방법선택을 당지도부에 일임했는데,평민당 핵심부는 자신들의 등원조건이 의원직 사퇴 당시의 「극한상황」에 비해 내심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판단하는 인상이다.

평민당의 4개 등원조건 가운데 내각제개헌 포기문제는 민자당이 내분의 곡절을 겪은 끝에 사실상 충족된 셈이며,보안사 해체 등의 요구는 「타의」에 의해서지만 대폭적인 축소개편,국방장관 경질 등 그런대로 상황변화가 이루어졌고,민생문제는 여당 역시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현안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 쟁점이었던 지자제 실시문제 역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당공천여부가 미해결이긴 하나,지자제 자체를 기피시해오던 여권의 과거태도에 비해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끌어낸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기초단체의 정당공천을 둘러싼 마지막 논란을 제외하면 여야의 협상은 급진전을 보였다. 즉,▲내년 상반기중 광역 및 기초단체 의회선거를 실시하고 ▲14대 대통령선거 전 지방자치단체장선거도 실시한다는 게 도출된 합의.

광역단체선거에서는 정당공천 도입의 평민당 주장이 관철된 결과라는 데 정가의 이의가 없다. 또 민자당의 입장 역시 유례없이 유연하다. 기초단체의 정당공천 배제가 전제되기만 한다면,선거실시 시기에 대해서는 평민당의 요구를 얼마든지 신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눈앞의 국회정상화,나아가 정국정상화 조건에 대한 여야의 인식은 민자당출범 이후 가장 무르익은 상태라 할 만하다. 민자당이 14일부터 추경 및 예산안 등 처리를 위한 국회일정을 단독으로 진행시키지만 평소와 달리 여유있는 표정이고,평민당이 조기등원은 미뤘지만 등원시기의 기술적 선택만 남았다는 게 당내의 지배적 분위기인 것이다.

여야관계의 이같은 「호전」은 평민당의 사활적 목표였던 지자제를 여야합의의 가시권에 진입시켰다는 목전의 성과도 있지만 이번 정기국회의 정상화 여부가 향후 여야관계의 전도를 가늠케 할 「첫 단추」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여겨진다.

평민당의 등원결정은 이번 정기국회 무대를 놓쳐버릴 경우 좀체로 그 적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였다. 즉,이번 정기국회가 끝내 여당 단독의 파행으로 막을 내리게 되면 그간 누적돼온 국회무용론이 극에 달하게 되고,이는 내년은 물론,그 이후 예정된 정치권의 정치일정 전반을 시계제로의 혼란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는 판단인 것.

이와 관련,김윤환 민자당 총무가 여야협상 과정에서 『국회 파행으로 내년 지자제 실시가 불가능해지게 되면,개헌을 해서라도 국회를 해산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한 말은 단순히 지자제협상에서의 야당양보를 강조하기 위해 동원된 논리 이상의,정치권의 이같은 위기를 솔직히 표현한 것이었다.

앞으로의 여야관계는 또 각자가 나름대로 내부에너지를 재충전한 뒤의 새로운 전개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민자당이 격심한 내부갈등을 겪은 결과 어느 정도 「질서의 틀」을 갖추게 됐고,평민당 역시 김대중 총재의 단식투쟁이 가시적 성과를 얻었다는 판단 아래 거여를 상대해갈 행로의 가닥을 확실히 설정한 인상이다. 관측통들은 특히 내각제 포기 및 지자제 타협 등 정국정상화의 중요고리가 김 평민 총재 단식중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의 전격방문으로 이루어진 「두 김 회담」에서 풀려나갔다는 점에 여전히 유의하고 있다.

김 민자 대표가 최근 들어 야당과의 관계를 「수레의 두 바퀴」에 비유하면서 동반관계임을 부쩍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김 평민 총재와의 교감을 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평민당의 등원이 이루어져 여야 공동으로 국회가 운영되면 이번 국회의 기본성격은 「두 김 구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 평민 총재는 부통령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등 대통령직선제를 전제로 한 대권행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또 김 민자대표도 차기 대권구조를 대통령제로 담보시키는 데 성공한 상태.

다만 김 민자 대표는 민정ㆍ공화계로부터 또다른 내부 시험대에 올라 있는만큼 그 부담이 색다를 수 있다.

이에 비해 평민당은 야당 특유의 명분론을 견지할 것이란 예상이다. 당장 등원시기 결정에 있어서도 의원직 사퇴 당시의 명분 등에 대한 지역여론 수렴절차를 내세우는 등 서두르지 않는 자세. 등원여건에 대한 긍정적 판단을 내심 굳히고 있으면서도 단식정국 이후의 상승세에서 구태여 하차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같은 여유는 적어도 지자제부분은 「얻을 만큼 얻었다」는 자체계산과,아울러 정국복원 가능성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회기 자체는 여당으로 하여금 또한차례의 「날치기 파동」을 유발시킬 가능성을 충분히 예고하고 있다. 「압축된 30일」 앞에 민방의혹,안면도반핵시위 등의 현안이 드러나 있는가 하면,예산안 역시 야당의 「명분정치」를 위한 단골메뉴이기 때문이다.<조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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