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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성시대」 개막/문창재 동경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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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성시대」 개막/문창재 동경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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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명인) 일왕의 대관식이 12일 열려 정식으로 헤이세이(평성=아키히토의 연호)시대의 막이 올랐다. 지난해 1월 히로히토(유인) 선왕의 타계로 왕위를 계승한 아키히토 신왕은 이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축하사절단과 2천5백여 명의 일본 국민대표 앞에서 정식으로 왕위계승을 선포,명실상부한 국왕이 된 것이다.본특파원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에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표하고 싶다.

사실 대관식 행사를 둘러싸고 일본 국내에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시비가 많았다. 또 행사를 반대하는 도시게릴라 조직들의 방해책동도 심해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행사가 있는 12일 하루 동안만 해도 동경시내의 유서깊은 신사들이 불타고 자위대의 각급 부대에 폭발물이 터지는가 하면,지하철역사에 불이 나는 등 40여 건의 게릴라사건이 있었다.

대관식이 거행되는 동안에도 궁성 앞 히비야(일비곡)공원 일대의 큰 길에서는 경찰백차와 소방차들이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하는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되었다.

또 일부 야당은 행사 자체의 위헌론을 철회하지 않고 식전초대를 보이콧했다. 그러나 경찰의 경비사상 유례가 없었다는 삼엄한 경비 속에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이번 행사에는 1백58개국과 2개 국제기관에서 고위급 축하사절단이 참석했으며 대만처럼 국교가 없는 나라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같은 국제기관에서도 여러 명의 대표를 보내 행사를 더욱 빛내주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축하사절을 파견한 것은 일본 국왕이 절대군주이자 「현인신」이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적 존재로 격하된 뒤 처음맞는 국가행사를 계기로 세계평화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아키히토 일왕의 대관식사를 크게 주목하고 싶다. 62년 전 히로히토 선왕의 대관식사는 「짐」이라는 용어에다 이른바 「신칙천황관」에 입각한 명령조였다. 그러나 이날은 왕위계승의 근거가 일본헌법에 있음을 분명히 밝혔고 「입니다」 「합니다」식의 경어체를 썼다.

또 아키히토는 지난해 즉위 당시 「조견의 의」라는 행사 때는 『히로히토 선왕이 오로지 세계평화와 국민의 행복을 기념하시어』라는 표현을 강조,히로히토의 전쟁책임론이 일어났었음을 의식한 탓인지 이번에는 원안에 들어있던 그 표현을 삭제했다. 국제여론을 의식한 그 정신이 일본정부와 국민 전체에 길이 간직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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