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범죄방비근원책 없는가20만원이 탐나 일가족 4명을 생매장한 사건의 놀라움이 2,3일 사이 전국을 전율케 하고 있다. 검거된 뒤에도 『잡히지 않을 수 있었는데 분하다』는 범인들의 뉘우침없는 독백에서 국민들은 할말조차 잊는다. 각종 범죄나 살인사건이 다발한다지만 이 사건만은 과거처럼 며칠 동안 떠들썩하다가 잊혀지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80노인에서 5세 어린이까지 무참히 생매장한 범행수법의 잔혹함에서 일찍이 그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전과자들에 의한 조직범죄,날로 심각해지는 대마초 환각,검문ㆍ검색의 허점노출 등 복합적 문제를 두루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이 정부가 선포중인 「범죄와의 전쟁」 기간중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 사회의 저변에 도사리기 시작한 도덕성 마비현상이 이미 통제불능상태에 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이 때문에 범죄근절이 지금과 같은 공권력만으로는 한계에 이르렀음을 모두가 자각,이제는 당국뿐 아니라 온국민이 함께 다각적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임을 절감케 한다.
그 종합대책은 기본적으로 이번 사건의 범인들이 도피중 검문 한번 받은 적이 없다는 허술한 방범망의 조속한 강화에서,교도소만 다녀오면 범행이 더욱 악랄해지는 현행의 느슨한 전과자 관리강화와 교정정책 재검토,위험한 흉악범의 중형 및 격리,습관성 약물단속의 강화,시민들 스스로의 방범 및 자위태세 강화 등이 우선 망라된 것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범죄란 범죄심리학자들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범인들 개인의 지능ㆍ성격 등 소질적 요소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구조 등 외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는 게 상식이다.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태연히 무전유죄를 독백할 정도의 세태이고 보면 사회적 책임을 더욱 절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황금만능과 한탕주의의 확산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도덕성 마비의 주범격이었다.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되는 세상에서 박봉의 공복들은 사명감을 잃기 쉬워 상부의 「전쟁」 독려에도 검문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었고,범인들은 개인적인 온갖 악행을 돈탓으로만 핑계대며 스스로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돼갔던 것이다.
그래서 범죄와의 전쟁에서 진정 승리하려면 앞서 열거한 기본적 대책으로만 끝나지 않는 모두의 성찰과 개혁이 동시에 요구됨을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국은 자칫 부의 편중을 불러올 수 있는 사회제도의 보완을 위해 복지와 합리적 재분배정책을 끊임없이 실천해나가고,가진 자들은 부의 과시로 남들을 충동질하기보다는 민주적 사고와 실천으로 도덕성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단한 교육마저 보태어져 이 사회의 도덕적인 가치체계가 제길로 잡혀나갈 때 사회나 나라도 발전하고 범죄의 바탕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충분한 경고를 주는 셈이 아닐 수 없다. 죄질이나 범행의 악랄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한때의 충격으로 흘려버릴 때 제2 제3의 생매장사건이 또 일어날 것이다. 이제라도 근원적 대책으로 진정한 범죄와의 전쟁을 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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