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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토론회 학단협 추진/성사땐 본격 학술교류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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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토론회 학단협 추진/성사땐 본격 학술교류 “물꼬”

입력
199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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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이영희ㆍ강만길등 진보적 학자 주도/통일ㆍ근현대사등 의제로 제안/북 핵등 거론땐 정부태도 주목국내 진보적 학술운동을 표방하는 14개 학회의 모임인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가 내년 1월말을 목표로 추진중인 「조국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학술토론회」는 본격적인 남북 학술교류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첫 번째 모임이 된다.

그동안 해외에서 제3국이 주최하는 각종 학술회의에 남북한 학자들이 동석하는 일은 많았지만 남북한 학자들이 주관하는 본격적인 남북 학술교류가 국내에서 이루어진 예는 없었기 때문에 그 성사여부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학단협측은 이번 학술회의의 성사여부에 대해 『극히 낙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동유적 발굴,공동생태계 탐사 등을 남측 학계에서 제의했던 것이 북측의 응답을 받지 못한 일이 있으나 이번에는 국내 학계에서 학단협이 갖고 있는 진보적 위상이나 북측 학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근현대사,통일문제 등이 의제로 올라 있는 점 등으로 보아 북측의 긍정적인 답변이 기대된다는 것이 학단협측의 관측이다.

또 학단협측이 내정한 남측 참가자들이 북측이 수긍할만한 인물들이라는 것도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언어,역사,사회과학 세 분야로 나눠 민족의 과거와 분단 현실,그 극복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이번 학술회의 남측 참가자는 이우성 전 성대 교수,강만길 고대 교수,이영희 한대 교수,고영근 서울대 교수,정창렬 한대 교수,김진균 서울대 교수 등으로 선정됐으며 언어분야의 발표자는 아직 미정이다.

한편 북측 참가자로는 우선 정보부족 등의 한계로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김석형(사회과학원 교수) 정순기(언어학연구소장) 허종호(역사연구소) 리형철(군축평화연구소 실장) 홍기문(국어학자) 전영률(역사연구소장) 최우진(군축평화연구소장) 등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참가자나 「우리말의 특성과 문자생활」 「우리나라 근현대 사회형성 과정에서 제기된 민족사적 문제」 「국제정세의 변화와 민족통일의 전망」 등 의제,학술회의 장소 등 구체적 세부사항은 북측과의 협의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 가능하다고 학단협측은 밝히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는 진보적 학자들의 모임인 학단협이 지난 8월의 대표자회의에서 그 가능성을 제기하고 지난 9월13∼14일의 제3차 연합심포지엄 「사회주의 개혁과 한반도」 종합토론회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추진을 결의해 정부측에 북한학자 접촉을 신청함에 따라 이루어졌다.

한편 학단협측이 북한측과의 협의를 중개해주도록 요청한 일 오사카(대판) 경법대의 오청달 교수는 지난 8월 오사카에서 열린 「제3차 조선학 국제학술토론회」를 성사시킨 친북한 인물로 중개를 맡기에는 적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5월 김석형,박시형,전영률 등 3인이 박영석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김원용 한림대 교수,안병욱 성심여대 교수 등 세 사람 앞으로 『미국의 한국사 왜곡에 항의하는 역사학자회의를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의했다가 불발한 바 있는데 이번 학단협측의 제안은 그에 대한 회신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순수학술」 교류차원을 넘어 정치색이 짙은 근현대사,통일문제 등을 주의제로 잡고 있는 이번 학술회의가 예정대로 성사될 경우 남북 학술교류는 곧바로 본 궤도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단협측의 낙관과는 달리 북한측이 군축문제,핵문제 등을 당연히 거론하고 나올 것이고 그 경우 비록 접촉신청을 승인,「태도변화」를 보였다고는 하나 정부당국이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북한측에 다른 사정이 없는 것인지 등의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아직은 그 성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황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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