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의 인상시기와 폭을 놓고 정부안에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려 조속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국제유가가 상당폭으로 오른만큼 국내유가의 상승요인은 충분히 있다고 하겠으나 국내유가의 인상은 곧바로 물가와 직결되어 있어 연내 한자리 수 물가억제가 무너질 위험성이 커지고,동시에 연내 유가동결이라는 수차에 걸친 정부의 대국민공약이 깨지는 부담을 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이승윤 부총리와 이희일 동자부 장관은 9∼12월중 평균 원유도입단가가 배럴당 25달러를 넘지 않을 경우 석유사업기금 등을 활용,연내 국내기름값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9∼10월중 배럴당 평균 22.69달러였던 원유도입가는 11월 들어 배럴당 평균 30달러 내외로 올랐으며 이런 추세대로 나간다면 9∼12월간 원유도입단가가 25달러 선을 넘어설 공산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정부실무진 일부와 KDI 등은 연내 유가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아직 페르시아만사태가 지극히 유동적인 데다가,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섣불리 결정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유가의 국내 가격체계를 정상화하고 기름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유가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한다. 특히 KDI의 주장처럼 가격기능을 통해 에너지소비절약을 유도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내년에 한꺼번에 유가를 대폭 올려야 할 바에야 유가인상에서 오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유가의 연내 소폭인상은 나름대로의 명분과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10월말 현재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대비 9.2%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소폭의 인상이라면 유가인상이 가능한 여력을 지녔다고 볼 수도 있겠기에 더욱이나 그러하다.
따라서 유가인상은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제조업산업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기름소비를 줄인다는 전제 아래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지만 이럴 경우 정부에 의한 대국민 공약의 위반으로 정부가 잃게 될 신뢰성 문제와 석유사업기금의 타부문 유용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어떻게 무마ㆍ수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로 남게 된다. 석유사업기금 중 중소기업지원용으로 은행에 맡긴 2천3백억원을 찾아 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유가조정문제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만부득이 유가인상을 단행할 경우 그 폭은 소폭이어야 할 것이고 그나마도 생산부문에의 공급유가는 인상을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며,특히 연내 유가인상이 물가를 자극해서 내년도 임금상승률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면 연내 유가인상은 신중을 기하는 것이 옳을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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