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 지자제 획득이 당면과제/보선승리 불구 「지역당 한계」 여전평민당이 12일 창당 세돌을 맞았다. 평민당은 지난 87 13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한달 남짓 앞두고 창당,그동안 여소야대 정국과 3당합당을 거치는 등 갖은 풍상을 겪은 끝에 세 번째 생일을 맞은 것이다.
평민당은 사퇴정국이긴 하지만 영광ㆍ함평 보궐선거의 압승에 힘입어 밝은 분위기 아래서 창당기념식을 갖는다.
평민당은 지난 3년 동안 대통령선거의 패배,4ㆍ26총선에서의 제1야당에로의 급부상,여소야대 정국의 주도,3당통합에 따른 소외감 등의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에 직면했지만 어느 경우에도 정국운영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왔다고 할 수 있다.
평민당은 지난해의 공안정국과 올해의 사퇴 및 단식정국 등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마다 야당특유의 생명력과 투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는 자체평가를 하고 있다. 평민당 주장대로라면 오히려 위기상황에서 진면목이 과시되었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국주도력이 축적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평민당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설정된 주변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이었지 능동적으로 상황을 만들어간 것은 아니어서 정국주도력에 대한 질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평민당의 이러한 입장과 처지는 평민당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환경과 지지기반에 비춰볼 때 구조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우리의 정치풍토는 30년 이상의 낙후된 정치형태가 퇴적된 나머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평민당의 지지기반인 사회개혁 지향세력과 호남권의 요구는 평민당의 통제수준을 넘어섰다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다가 절대지지층에 버금가는 완고한 비토세력의 존재 등은 평민당의 어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는 외부요인이다. 또 평민당이 비토세력에 대해 지닐 수밖에 없는 지나친 피해의식과 현상에 대한 자기중심적 사고 등도 평민당의 원만한 행로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부분들이다.
평민당은 지난 1월 3당통합의 태풍을 그런대로 잘 이겼냈다는 판단 아래 시선을 92년말에 있을 대권싸움으로 돌리고 있다. 평민당은 3당합당의 최대목표였던 내각책임제가 무산된 데에는 평민당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최대 투쟁목표로 설정해 놓은 지자제만 약속대로 실시될 경우 대권싸움은 해볼 만한 한판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평민당은 3당합당 이후 민자당이 내분으로 바람잘 날 없는 가운데 지지도가 바닥을 밑돌자 자신들의 장래에 희망적 관측을 하는 경향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김대중 총재는 『평민당이 비록 소수당이긴 하지만 정국운영에서 지니고 있는 영향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되었다』면서 『92년 대권싸움에서 야권 후보단일화와 야당통합은 기필코 실현될 것이며 진정한 문민정부가 수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되풀이 주장하고 있다.
평민당이 92 대권고지를 위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대목은 바로 지자제 실시이다. 김 총재는 『5공청산 협상 등 모든 대여협상 과정에서 지자제 하나를 얻기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하다시피 했다』면서 『지자제 없는 민주화란 생각할 수 없으며 지자제 없이는 92년의 정권교체도 불가능하다』고 지자제에 대해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평민당이 여소야대의 제1야당 때보다는 못할지라도 정국운영에 의석비율 이상의 힘을 행사해온 것은 분명하지만 「창당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 간에 자신들을 거부하고 있는 비토세력의 실체와 척박하게 설정된 주변환경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봄 평민당을 곤경에 빠지게 했던 야권통합 움직임의 재연조짐과 서명파를 중심으로 한 당내민주화 등의 체질개선 요구도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특히 야권통합의 경우 평민당이 사퇴정국의 와중에서 최선을 다했다손 치더라도 결과가 결렬 쪽으로 판가름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민당은 평민당을 지역당이라고 보는 외부의 시각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지역당의 한계」 역시 평민당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난제 중의 하나다. 평민당은 영광ㆍ함평 보궐선거에 지역감정 타파를 쟁점으로 내걸고 영남인사인 이수인 후보를 공천해 압승을 거두었지만 이 승리가 과연 지역감정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평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그 누구도 넘을 수 없는 확고부동한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음은 틀림없지만 문제는 이 지지세력만 가지고는 대권고지 점령이 어렵다는 데 있다.
평민당이 운신의 폭을 넓히고 명실상부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적 지지세력에 안주해서는 안되며 반대세력의 지지를 끌어내거나 최소한 반대세력의 범위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평민당은 지난 8월의 임시전당대회에서 야권통합에 대비해 당조직 정비를 유보시켰고 실무당직 임명도 통합 때까지 미뤄놓고 있다.
야권통합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당장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고 보면 이런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도 본격적인 전열정비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이병규 기자>이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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