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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헌재 다툼본질은 「자존심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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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헌재 다툼본질은 「자존심 세우기」

입력
199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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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요청 무시 위헌선고 강행 대법 자극/헌재 연륜짧아 위상 정립안된것이 근인/조정ㆍ중재기관 없어 장기화 될듯대법원이 9일 법무사법 시행규칙 3조1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정면 반박하는 「명령ㆍ규칙의 위헌심사권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공표함으로써 헌법재판소와 대법원간의 권한다툼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다툼은 표면적으로는 헌법상 병렬동격관계에 있는 두 기관간의 헌법해석 논쟁양상을 띠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최고법원으로서의 지위를 누려온 대법원과 헌법수호의 최후보루임을 자처하는 신생 헌법재판소간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성격이 짙다는게 법조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특히 현행 헌법상 이들 두 기관의 권한다툼을 조정 또는 중재할수 있는 기관이 없는 현실에서 이번 다툼은 장기화될 전망이며 앞으로 헌법개정 논란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다툼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15일 법무사법 시행규칙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법률의 위헌여부심사권이 헌법재판소에 있는 이상 그 하위법규인 명령ㆍ규칙에 대한 위헌여부심사도 당연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이다』며 위헌결정을 내린데서 비롯됐다.

즉 명령ㆍ규칙의 위헌심사권은 대법원에 있다고 규정한 헌법 제107조2항은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명령ㆍ규칙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됐을 경우에 한하며 명령ㆍ규칙이 기본권을 직접 침해했을 때는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선고 3일전인 지난달 12일 통보받은 대법원은 급히 선고연기요청을 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이를 무시하고 선고를 강행한 것이 대법관들을 자극하게 됐다.

특히 선고 당일 보도자료에 들어있던 『이번 결정의 의미는 법원의 독선적 관료주의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대법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명확히 하는데 있다』는 문구를 「대법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개 도전」으로 받아들인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판사 4명으로 헌법연구반을 구성,이번 보고서를 만들도록 하는 등 다분히 감정싸움의 양상을 띠었다.

대법원은 이 보고서에서 『헌법규정의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라는 문구는 대법원이 명령ㆍ규칙을 최종적으로 심사하되 일반적ㆍ추상적으로 심사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쟁송으로 재판의 대상이 됐을 때에 한해 심사하라는 의미이지 재판의 전제가 된때에는 대법원이 심사하고 그렇지 않을때는 다른 기관이 심사하라는 뜻이 아니다』며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 심판이라는 고유영역을 벗어나 헌법을 마음대로 해석,대법원의 고유권한인 명령ㆍ규칙 심사권까지 침해하는 것은 월권적ㆍ위헌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또 『규칙에 의해 국민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며 『헌법소원은 단심제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을 인정하면 청구인의 권리가 구제되지만 기각되는 경우에는 두번다시 하소연할 길이 없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특히 보고서에서 『9명의 재판관중 대통령ㆍ국회ㆍ대법원이 각각 3명의 재판관을 지명토록 돼있는 인적구성상 헌법재판소가 사법기관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지적,『헌법재판소가 참된 헌법재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주장은 근거없다』고 헌법재판소의 급소를 정면으로 찔러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두 기관의 대립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헌법재판소가 갑자기 생겨나면서 명실상부한 독일식의 최고법원도 되지못했고 미국 일본과 같이 위헌법률심사권을 대법원이 갖는 체계도 아닌 기형적 모습을 띠고 있는데에 이번 싸움의 원인이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위상정립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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