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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의 출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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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의 출범(사설)

입력
199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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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하려면 국민공감 얻어야이제까지 장외에서 생존권 쟁취와 민주투쟁을 벌여왔던 진보세력이 정당으로 탈바꿈,합법적 정치집단으로서 제도권 정치에 참여를 선언한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이번 민중당의 결성은 6공 출범 이래 처음으로 시도되는 재야세력의 정상적인 정치참여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는 앞으로 민중당이 국민의 다양한 개혁욕구를 폭넓게 수용하면서 각 분야에 걸쳐 합리적인 정책추진과 새로운 정치행태를 보여줌으로써 기성정치권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의 조화는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치고 우리나라에서처럼 진보적 정치세력­정당이 생성되기 어려운 나라도 드물 것이다. 1950년대의 진보당,제2공화국 때의 혁신정당을 그리고 5ㆍ16쿠데타 이후 통일사회당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단명으로 그쳤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이 진보세력이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데는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 있다. 6ㆍ25전쟁으로 혁신정당에 대해 용공시하는 국민의 인식이 일반화돼 있었고 압도적인 보수세력이 정치독점의 횡포를 부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보세력 자체에도 결정적 결함이 있었다. 지나친 개혁정책만을 이상적으로 내세워 국민들을 올바르게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어느 면에서 진보혁신세력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아직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13대 총선에서 재야정당 진보정당의 후보들이 참패한 것은 이를 반증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재야세력 중 본격적으로 제도권정치에 진입하게 된 민중당의 책임은 그만큼 막중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민중이 직접건설한 최초의 진보적 정당」이라고 자부하는 민중당에 대해 일반 대다수 국민들이 선뜻 호감을 표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민중­기층민중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특정계층의 이익대변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민중당측으로서는 근로자 농민 도시서민 등을 지지지반으로 생각해서 강조한 것 같으나 이는 오히려 다른 계층으로부터는 필요 이상의 경계심을 유발시킬 여지가 있다. 구체적인 정책노선에서 민중주체의 민중정부의 수립과 민중주도의 자립경제 건설이란 방향도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고 본다.

민중당이 건전한 진보정당 혁신정당으로 발전하는 데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는 재야시절의 투쟁일변도의 이미지를 씻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그야말로 정책정당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일이다. 재야나 혁신세력은 곧 전투적이라는 이미지가 계속되는 한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다음으로 급격한 개혁보다 점진적인 개선과 시정의 길을 걸어야 한다. 지나친 이상론에 치우쳐 단시일내에 모든 제도와 현실을 개혁하고 고쳐야 한다는 자세는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자신들만이 선이고 모든 기존의 정치체제들,다른 세력 등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지난날 암울했던 독재체제 당시 재야세력이 이에 결연히 맞서 투쟁한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정치에 그대로 이어져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시행착오하기 쉬운 오판이 될 것이다. 자금과 인력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진보정당이지만 정치행태만은 언제나 깨끗하고 민주원칙을 준수함으로써 기성정치인­정당에게 자극을 줄 필요가 있음을 끝으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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