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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ㆍ소의 우호조약(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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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ㆍ소의 우호조약(사설)

입력
199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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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독일과 소련은 9일 「선린과 동반과 협력」을 다짐하는 조약에 도장을 찍음으로써 장벽붕괴 후 1년 동안의 격동에 기술적인 마무리작업을 끝냈다. 이로써 외형상 유럽대륙은 전후 45년 동안의 얄타체제를 청산하고,반세기 전의 세력균형상태와 엇비슷한 상황으로 복원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독일이 전후 45년 동안의 분단을 타파하고 통일을 이룩하기까지의 과정은 전승 4개국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복잡한 협상과정이었다. 서방측에 대해서는 「나토잔류」를 확인하고,소련에 대해서는 동독지역에 대한 소련의 군사적 기득권을 가능한 한 존중해서 핵무기 배치와 나토의 군사훈련금지를 받아들였다.

또한 독일은 얄타체제가 그어놓은 국경선의 존중을 공약했다. 그 바탕 위에서 통일독일과 소련은 불가침과 동반ㆍ협력관계를 다짐했다. 이에 앞서 소련은 프랑스와 우호ㆍ협력협정을 맺었지만 유럽대륙의 새 질서는 독일과 소련의 우호ㆍ협력협정으로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제 동유럽의 군사동맹체인 바르샤바조약기구는 내년이면 해체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서방측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중부유럽 주둔병력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조약에 서명한 뒤 말한 것처럼 『대결의 시기가 지나간』 유럽에서 소련과 독일의 협력관계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규정하는 초점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미 독일이 소련에 대해 지불을 약속한 「통일의 대가」만도 1백억달러를 넘고 있다. 또 소련은 통일독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돼야 한다는 비공식 제의까지 내놓고 있다.

세계는 히틀러와 스탈린이 맺은 불가침조약이 폴란드의 분할과 2차대전으로 발전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독일과 소련은 또다시 불가침과 동반관계를 다짐했다.

그러나 소련이나 독일이나 반세기 전의 호전적인 독재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역사가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민주화되고 번영하고 있는 독일과,민주화의 진통을 겪고 있는 새로운 러시아가 유럽대륙과 세계에 평화와 우호ㆍ선린을 다짐하는 주역이 될 것을 기대한다. 또한 유럽에서 스탈린주의의 패권주의가 몰락한 뒤 개방과 개혁을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하고자 한다.

통일독일과 소련의 우호ㆍ불가침협정은 유럽대륙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음을 보여줬다. 이 극적인 역사의 전환 앞에서 동북아의 「전후청산」을 생각하는 우리의 입장은 아직도 그 장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독일과 소련의 우호조약에 남다른 감회를 갖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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