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에 등교길 “함박”9일 밤까지도 정부의 핵폐기물 처리장 계획 백지화 발표를 믿지 못하는 일부 주민들이 읍내를 배회하던 안면도는 새벽 눈이 내린 10일 날씨가 활짝 개면서 평온을 되찾았다.
난생 처음인 시위와 최루탄 세례,교통두절과 생필품난을 겪고 난뒤 9일 밤 거친 바다바람과 급강하한 기온때문에 잠까지 설친 주민들은 핵겨울을 지내고 난 것처럼 안도하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은 거리 곳곳에 부적처럼 걸려있던 현수막과 대자보를 떼어내고 밤새 추위에 시달린 전경들에게 더운 물을 권했다. 눈 때문에 등교길이 걱정이 된 아버지들은 트럭과 경운기에 자녀들을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고 그동안의 결석을 걱정하는 평범한 가장으로 돌아왔다.
어른들을 흉내내 마스크를 하고 고사리 손에 죽봉을 들었던 어린 학생들은 첫눈 내린 학교길이 즐겁기만 한듯 깔깔거렸다.
오랜만에 서산ㆍ태안쪽으로 장을 보러가기 위해 버스터미널에 모인 아낙네들 사이엔 「터미널옆 안일모터집 주인이 데모막으러 온 전경아들을 만난 얘기」가 화제였다. 모터집 주인 김용복씨(50)는 시위에 적극 참여했는데 4개월전에 군에 입대한 아들 송옥군(20)이 서울시경 기동대에서 근무하다 9일 새벽 경찰진입때 지원병력으로 고향에 와 묘한 부자상봉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지휘부가 설치된 읍사무소 1층에서도 경찰과 주민들은 겸연쩍은 얼굴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이리저리 친척뻘이 되는 주민들과 지역경찰들은 서로 『괜찮으냐』고 안부를 묻고 『우리가 어쩌다가 갈라져 싸움박질을 했었는지 모르겠다』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직 풀려나지 않은 연행자들의 가족은 안면이 있는 경찰을 찾아와 『그애는 꼭 내보내 줘야 해유』라고 밉지않은 청탁을 했다.
핵폐기물 공포와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안면도 주민들은 그러나 도대체 누가 자신들의 안면을 방해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안면도=신윤석기자>안면도=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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