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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이 남긴 것/정병진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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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이 남긴 것/정병진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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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ㆍ함평 보궐선거는 평민당 이수인 후보가 압도적 몰표를 받으면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이번 보궐선거도 예상을 빗겨가지 않고 유권자 의사결정의 최대치라고 불리는 득표의 4분의 3을 평민당 후보가 차지했다.평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감정 타파」라는 색다른 슬로건을 걸고 후보에 영남인사를 내세웠다. 평민당은 아마도 선거결과를 놓고 『지역감정 해소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득표순위 2위인 민자당의 조기상 후보는 지난 선거에서 보다 더 적게 표를 얻었다. 선거결과를 단순비교할 때 집권 민자당의 참패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민자당의 치졸한 내분사태가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했다고 분석함으로써 민자당으로 하여금 자성의 계기로 삼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평민당이 내세운 슬로건의 관철이라기 보다는 집권 민자당을 향한 국민의 「자성촉구」 시사로 분석하는 쪽이 실상에 더 가깝게 접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이수인 후보를 「우리 후보」라고 불렀다.

「우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바로 인칭의 장본인 이 후보의 『한국의 민주화 물꼬를 트게 하기 위해 출마했다』는 거창한 구호에 동감해서가 아닌 듯싶었다. 정치인들이 갈라놓고 부추기는 한울타리 지역의 「우리」는 더욱 아니었다. 생선가게의 한 아주머니는 『경상도 사람이라고 해서 지금까지 눈 한번 흘겨본 적이 없다』는 말로 오히려 지역감정을 역으로 내세운 평민당을 맥빠지게 했다.

그들이 말하는 「우리」는 선거기간 영광과 광주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정치인사들을 실어나르던 택시기사의 말에서 편린처럼 떠올랐다. 『민주주의라는 게 별건가요. 우리들 마음만 읽어주면 되는 것을…』

적어도 이곳 지역주민들에게 집권 민자당은 마음을 읽어주지 않는 정당이다.

다음의 다른 지역선거에서 평민당 후보가 「우리」의 범주에서 배제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유권자의 마음을 읽고 있지 않을 때가 그러할 것이다. 민자당이 자성하고 평민당이 구태를 지속하면 상황은 바뀌게 될 것이다. 싱겁게 끝난 선거에도 교훈은 있게 마련이다.<영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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