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까지 다가 봤으니 이젠 돌아올때도 되지 않았는가」정치판의 싸움판에 진력이 난 사람들이 요즘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한숨섞인 호소의 소리들이 여기 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돌이켜 보면 여야는 정말 갈데까지 간 셈이었다. 민자당의 집안싸움은 깨지느냐 마느냐 하는 분당위기에 까지 갔었고 평민당의 강경투쟁은 단식농성까지 갔으니 더 갈데라고는 파국밖에 없었다.
파국 이외에는 못갈데 없이 다 갔는데도 얻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는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일단 수습은 되었다고 하지만 민자당에 남은 것은 온통 상처뿐이다. 무슨 명약을 쓰더라도 쉽게 나을 것 같지 않은 상처투성이만 드러나 보일 뿐이다. 내각제의 개헌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 내분의 수습성과라고 자랑할지 모르나 과거의 예로보아 그런 합의가 언제까지 지켜질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지도부의 합의 정신이 밑으로까지 내려가지도 않아 계파끼리 따로 놀기는 여전하다. 수습책이란 이름으로 제시되고 있는 사조직 정비는 오히려 서로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고 있는 것 같다.
평민당의 극한투쟁 역시 얻은게 별로 없다. 민자당의 내각제개헌 보류결정을 소득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평민당의 힘으로 얻어낸게 아니고 민자당의 내분의 부산물로 얻어진 어부지리이다. 의원직사퇴에 단식까지 하면서 두달동안 등원을 거부하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봤지만 얻은게 없으니 투쟁도 이제 한계에 온 것이다. 비상극약까지 모두 써봤으나 효험이 없으니 이제 달리 써볼만한 약도 없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싸움도 할만큼 하고 투쟁도 그만큼 해봤으면 이제 발길을 돌릴때도 됐다. 이제는 민생을 좀 생각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기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그만큼 노력해 왔으면 이제 국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자당은 당내문제 수습의 여세를 몰아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형식적으로만 해서는 안된다. 내각제개헌이나 지자제실시 등 주요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을 벌여 얼마남지 않은 정기국회에서 타결을 봐야 할 것이다.
야당이 국회에 들어오면 또 날치기를 하고 변칙처리를 해야 하는데 야당이 안들어오면 차라리 잘됐다고 여당 단독국회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여당만의 단독국회가 얼마나 궁상맞고 초라하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단독국회의 책임이 야당의 등원거부에만 있는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여당의 정치력 부족으로 되돌아 온다는 것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야당은 이번 정기국회를 몽땅 보이콧함으로써 그들의 존재와 힘을 과시하고 여당에 치명타를 가하겠다는 계산인지 모르나 그 생각은 잘못이다.
자기네들의 입지강화를 위해 민생을 외면하는 야당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면도가 폭력과 방화로 불면도로 변해도 여의도 국회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잠만 자겠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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