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체제하에서 정부가 사람의 신체라면 국회는 심장이다. 심장은 단 하루도 쉴 수가 없으며 또 쉬어서도 안된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4개월째 움직일 줄 모르고 있지 않은가. 이제 더 쉴 이유도 명분도 없다. 국회는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요즘처럼 국회의 기능과 활동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때도 없었다. 국회가 공전된 지난 4개월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중요현안들이 속출했다.
경제적으로는 페르시아만 위기에 따른 유가파동 조짐과 물가앙등 경기침체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문제가,사회적으로는 수해와 대범죄전쟁 선포로까지 번진 치안부재,그리고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파문,국ㆍ공ㆍ사립 사범대 출신의 임용문제와 이번 핵처리장 건설과 관련한 안면도 시위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모든 분야를 선도해야 할 정치는 이 순간에도 행방불명상태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로 장외정치와 밀실정치를 합리화한다 하더라도 아무도 현재의 정치행태가 파쟁,당리,정략과 대권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래된 일은 차치하고 최근 며칠간의 사정만 보더라도 정치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음을 삼척동자도 알 만하다.
거여인 민주자유당의 경우 진흙탕 파쟁을 일단 수습했다고 하나 이번에는 당내 기강확립과 사조직의 용인여부를 싸고 부질없는 암투를 벌이고 있지 않는가. 그동안의 잇단 현안에 대한 대책수립은커녕 자칫 폭등사태로 번질 뻔한 안면도 사건이 근 1주일째 계속됐는데도 진상조사를 할 생각도 않고 불구경만 하고 있음은 묵과할 수 없는 직무유기라 하겠다.
제1야당인 평민당도 입장이 나은 편이 아니다. 야당통합을 호언했다가 흐지부지된 것과 등원조건이 사실상 해결됐는데도 구차한 이유를 드는 것은 접어두더라도 이번 영광ㆍ함평 보궐선거에 대한 대응도 결코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김대중 총재가 절박한 국회운영과 현안해결을 외면한 채 현지에 내려가 선거운동을 독려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국회 보이콧과 단식 등 일련의 강경투쟁과 지역감정 해소의 시험케이스로 자신이 결정한 영남 출신 인사의 후보공천 등에 대해 지역 보궐선거에서나마 유권자들의 심판을 측정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당에 대해 13대 국회해산과 14대 총선실시를 그토록 강력히 요구하면서 보궐선거에 끈덕진 집념을 보이는 것은 모순된 태도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협상은 지방의회선거에 있어 정당공천제가 여전히 마지막 쟁점으로 풀리지 않고 있고 여당은 더이상 정기국회를 늦출 수 없어 야당이 끝내 등원을 거부할 경우 내주부터는 단독운영을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변칙국회 절름발이국회 운영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가중될 것이 명확하다.
평민당이 지자제협상과 관계없이 독자등원할 것이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여론조사에도 나타나고 있지만 정치불신,정치혐오에 있어 여야의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이 오늘날 국민의 정치의식임을 정확히 읽고 정신 차리기를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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