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ㆍ10결의」 반년… 그동안 무얼했나/우성건설등 1%미만 “수두룩”/중기 업종이양ㆍ근로자주택건설도 실적 거의 없어/말뿐인 “경제난국극복”… 「여론무마용」 비난 못 면해재계가 경제난국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국민앞에 직접 밝힌 부동산자진매각등 5개항 결의가 반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삼성ㆍ현대ㆍ럭키금성ㆍ대우ㆍ선경ㆍ쌍용ㆍ한진ㆍ한국화약ㆍ동아ㆍ롯데 등 국내 10대 그룹총수들이 「국민여망과 정부시책에 적극 호응하기 위해」 ▲불요불급한 부동산의 자진매각 ▲중소기업업종 조속이양 ▲계열사 공개촉진 및 전문경영인제 확립 ▲근로자 주택지원 및 복지기금적립등 이른바 「5ㆍ10선언」을 내놓은지 10일로 6개월을 맞고 있지만 그 실적은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과연 재계가 경제난국을 극복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의혹이 일고 있으며 대국민 약속 사항을 이행치 않았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10대 재벌에 이어 지난 5월28일 「5ㆍ10선언」과 거의 비슷한 결의문을 발표한 35대 재벌은 결의사항에 대한 실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재벌들의 결의대회는 여론의 지탄을 임시방편으로 피하기 위한 한낱 「행사」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벌들의 결의사항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부동산자진매각. 10대 그룹은 현대(68.4%) 쌍용(36.8%) 롯데(66.8%) 등 세군데를 제외하곤 매각률이 80%를 웃돌고 평균치도 88.7%를 기록,어느정도 성의를 보이고 있으나 35대 그룹의 경우는 평균 18.9%라는 매우 저조한 매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나마 동국제강,동양시멘트,삼미,강원산업 등 4군데는 단 한평의 땅도 팔지 않았다.
또 미원(0.3%) 대림(0.5%) 코오롱(0.6%) 우성건설(0.7%) 동양화약(0.7%) 삼미(0.9%) 극동건설(0.9%) 등 1%도 채 못되는 매각률을 보인 재벌도 7군데나 되는등 매각키로 약속한 부동산을 팔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10대 그룹의 경우도 일부그룹에서 당초 발표했던 매각대상 부동산규모를 임의로 낮춰잡는등 편법을 사용,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현대그룹은 원래 99만6천여평을 팔겠다고 밝혔으나 매각공고시 95만9천여평으로 발표,3만7천만평을 축소시켰으며,삼성 7만여평,쌍용 6만여평 등 5개 그룹이 당초 숫자와 차이가 나고 있다.
이들 그룹들은 「5ㆍ10선언」 당시 하도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 정말 팔아서는 안되는 부동산까지 포함시켰다고 변명하고 있다.
중소기업 업종이양도 45대 그룹중 12개 그룹을 제외한 33개 그룹의 실적이 없는데 10대그룹중 실적이 없는 선경ㆍ한국화약ㆍ동아ㆍ롯데 등 4개 그룹은 앞으로도 이양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주택건설은 많은 그룹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현재까지 착공된 것은 5천6백가구에 불과하며 그나마 18개 그룹은 건설계획이 전무한 상태.
한편 세전 당기순이익의 1%를 근로자복지기금으로 적립하겠다는 약속은 한진그룹만 실천하고 있을뿐 나머지 모든 그룹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이밖에 숫자상으로 잘 점검이 되지 않는 ▲과잉 및 중복투자억제 ▲계열사 공개촉진 및 전문경영인제 확립부문은 각 그룹에서 어느정도나 추진하고 있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45대 그룹을 통틀어 이를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전담부서라든지 특별팀을 구성한 곳은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보아 실적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각그룹뿐만 아니라 재계의 총본산인 전경련도 성의가 없기는 마찬가지. 「5ㆍ10선언」직후 사무국내에 특별대책반까지 만들었던 전경련은 전부 눈치보기에 바쁜 실정이며 실제로 대책반회의가 한번도 소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는 실적이 저조하다는 여론의 비난에 대해 「5ㆍ10선언」자체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초법적인 강압조치의 결과였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5ㆍ10선언」 당시 이의를 제기하는 그룹은 하나도 없었다.
재계가 이제와서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이며 부당성을 주장하려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도 「5ㆍ10선언」이 재벌을 속죄양으로 내세운 여론무마용이었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매각부동산이 어떻게,누구에게,얼마에 팔렸는지 정확히 밝혀 공개하고 나머지 결의사항에 대해서도 철저히 감시,실적이 부진한 그룹에 대해서는 제재조치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스스로 「5ㆍ10선언」 자체에 무리가 있었다고 판단,이같은 작업을 소홀히 한다면 경제난국의 본질을 호도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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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1990년 11월10일자 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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