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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혁명가극」에 밀린 이산가족 꿈/1년만에 재개 남북적접촉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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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혁명가극」에 밀린 이산가족 꿈/1년만에 재개 남북적접촉 안팎

입력
199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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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엔문제와 연계카드 이용 기존입장 고수/남도 북 영화 단속논리 등 잃게 될까 수용거부○…1년 만에 재개된 제8차 남북적십자 실무대표접촉이 북한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의 공연문제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은 그동안의 급격한 정세변화에도 불구,양측의 입장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특히 고위급회담 범민족음악제 통일축구대회 등 외형상의 활발한 남북교류 분위기와는 달리 실질적인 남북 관계개선의 앞길은 아직 험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꽃파는 처녀」를 둘러싼 남북 양측의 논리적 입장은 비교적 단순하다. 우리측은 이 혁명가극이 남측 체제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반면 북측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우리측은 「꽃파는 처녀」가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데 양해한 적십자 실무접촉의 합의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치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적십자 정신에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 가극이 민족적이고 건전하며 상대방을 비방하지도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리적 주장의 단순성과는 달리 「꽃파는 처녀」를 고리로 한 남북 양측의 계산은 보다 복잡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북측은 애초부터 이산가족교류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월남자인 이산가족들의 남북왕래를 달가워하지 않는 데다 현시점에서의 대규모 인적 교류는 급격한 개방화를 초래,체제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북측은 이미 지난 7일 비밀접촉에서 기존입장을 완강히 고수함으로써 적십자문제를 유엔문제와 연계해 속도조절용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북한은 특히 8일 실무대표접촉 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치 않기로 사전약속했던 지난 7일의 비밀접촉 내용을 발표,지난번 고위급회담 대표의 가족상봉 때와 똑같이 정부불신을 조장하려는 고도의 이중적 전술을 사용했다.

한편 우리측은 고향방문단 교환 등 이산가족 왕래를 성사시키려는 의지는 갖고 있으나 아직 「꽃파는 처녀」를 수용할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내부적인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특히 대학가에서 「소금」 등 북한영화 상영을 놓고 학생들과 정부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꽃파는 처녀」를 받아들일 경우 단속의 논리적 근거를 잃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27일 7차접촉 이후 근 1년 만에 열린 적십자 실무대표접촉은 양측 대표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

그러나 우리측 송영대 수석대표와 북측 박영수 대표단장은 본격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10여 분 동안 환담을 나누면서 서로 자신의 입장을 은근히 내비쳐 회담이 분위기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

먼저 우리측 송 대표가 『1년 만에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게 돼 기쁘고 반갑다』고 운을 떼자 북측 박 단장은 『지난해 기록을 보니 오늘이 바로 4차회담이었다』면서 『4차 때 서로 합의서를 내놓았는데 오늘도 그때처럼 잘됐으면 좋겠다』고 화답.

이어 우리측 송 대표는 『지난번 서울통일축구대회 때 잠실에 7만여 명이 모였는데 특히 북에 고향을 두고온 노인들의 관심이 대단했다』면서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이들의 감정을 우리가 풀어줘야 한다』고 역설.

○…이날 실무접촉이 열리는 중감위 회의실 주변에는 우리측에서 평소 다른 회담 때와 같이 1백여 명의 취재진들이 나온 데 비해 북측에서는 20여 명 정도의 기자밖에 나오지 않아 이 회담에 대한 양측의 기대차를 반영.

북측 기자들은 『연형묵 총리의 외유일정이 오는 12월 서울 3차 고위급회담과 겹치지 않느냐』는 우리 기자들의 질문에 『외유일정은 잘 모르지만 3차회담은 예정대로 열리지 않겠느냐』며 낙관적으로 전망.

북측 기자 중 일부는 또 최근 민자당 내분사태의 지속여부,특히 민주계 소장의원들의 탈당가능성 등에 특별한 관심을 표시.<판문점=정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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