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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3인의 골/조재용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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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3인의 골/조재용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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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의 3인 최고위원들은 요즘 안쓰러울 정도로 어색해 보인다. 당내분이 수습됐다고 하지만,그러면서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는 덕담을 끌어대기도 하지만,어딜 가나 뒤숭숭한 싸움의 뒷맛이 이들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자칫 정국의 지각변동을 다시 한번 겪게 될지도 몰랐던 격심한 내분사태를 접으면서 당지도부는 『30년간을 서로 다른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요약했다.

그러나 내분수습 이후 이틀 사이 세 최고위원들의 표정에서 달리 살아온 30년보다 함께 살아온 지난 10개월이 더 큰 간극이진 않았느가 하는 느낌을 받을 만큼,세 사람은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 8일 낮의 오찬회동이 그랬다.

세 최고위원은 김영삼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지난 7일 잠시 티타임을 가진 데 이어 이날 낮 다시 모였다. 오찬장소에는 김 대표가 먼저 와 자리를 잡았고 5분쯤 뒤 김종필 최고위원이 도착했다. 『…』 두 사람 사이에 도무지 말이 오가지 않았다.

한동안 보다 못한 보도진이 질문을 하면서 어색한 공간을 메우고 있는 사이 박태준 최고위원이 들어섰다. 앞에 놓인 주스잔으로 건배하는 포즈를 잡아달라는 주문이 나왔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대뜸 『됐어』라고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응하지 않았다. 뜻밖이었다. 일순 어색해진 분위기는 『그것까진 합시다』라는 김 대표의 「종용」으로 가까스로 「수습」됐다. 1시간20여 분간의 식사를 마친 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오간 이들간의 대화는 이보다 더했을 오찬석상의 공기를 충분히 짐작케 했다.

▲김 대표=오늘 아침 소중한 분의 장례식에 다녀왔지요. ▲박 위원=사돈이셨지요. ▲김 대표=어떻게 알았어요. ▲박 위원=다 정보가 들어옵니다. ▲김 위원(바로 말을 받아)=하늘이 알고,땅이 알고…. ▲박 위원=나도 알고….

서로 딴 곳을 응시하며 나눈 짤막한 이 대화는 내각제 합의각서 파동에 응어리진 당지도부의 속마음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었다.

전날 세 사람이 미소를 주고받고 손을 엉켜잡었던 장면이 매우 어설펐지만 어차피 「제스처」인 바에야 이렇게 냉랭한 것보단 보기라도 나았다. 「봉합」 틈새를 찢고 나오는 세 사람간 감정의 앙금이 확인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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