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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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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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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한 미국의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예외없이 착수하는 것이 재임중의 일들을 묶어 회고록을 쓰는 일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털어놓지 못했던 재임중의 여러 가지 뒷얘기를 야인의 입장에서 비교적 솔직하고 소상하게 담기 때문에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가 되곤 한다. 레이건 전 대통려의 회고록 「한 미국인의 생애」가 그의 퇴임 1년 10개월 만에 미국서 출간되었다. ◆레이건회고록의 현지 신간서평은 말썽많았던 이란ㆍ콘트라 비밀무기거래에 관련하여 솔직한 해명이 미흡하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KAL007여객기참사에 대한 그의 견해표명이다. 오인 공격이냐,고의 격추냐의 진상이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이 참사에 관하여 레이건 전 대통령은 KAL여객기를 2시간이나 추적비행한 소련 전투기가 비무장 민간여객기임을 확인하고도 고의 격추시킨 것이 분명하다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서 극비의 정보까지 낱낱이 파악하고 가장 정확 한 상황판단을 내렸을 것이므로 레이건의 증언은 KAL기 피격참사 에 관한한 최종적인 결론이라고 받아 들여도 될 것 같다. 레이건의 회고록이 출간되어 KAL기 피격에 대한 그의 견해가 전해지는 것과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국내굴지의 재벌총수는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크렘린궁의 집무실서 소련 대통령을 만났고 모스크바 주재 초대 한국 대사가 업무협의차 귀국했다. ◆재벌의 고르바초프 면담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공영방송이 우주중계 인터뷰로 법석을 떠는지 알수도 없었지만 고르바초프를 가리켜 『대통령 각하께서…』를 연발하는 재벌의 면담소감은 평양을 다녀온 후 『그분은 소탈한 인상…』하던 고위당국자의 발언만큼이나 역겨웠다. 귀국한 모스크바 주재 대사는 6ㆍ25 전란과 KAL참사에 관하여 『과거의 문제에 대해 반드시 말로만 해야 되겠느냐…』고 얼버무렸다고 한다. ◆경제협력도 긴요하고 북방외교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불행했던 과거에 관하여 유감표명 한마디 받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지도층은 저쪽이 손짓만 해도 허둥대고,당국자는 저쪽의 입장을 오히려 감싸주려고만 한다면 6ㆍ25전란과 KAL참사로 희생된 원혼의 한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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