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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주지사 당선자 민주당 리처즈 여사(뉴스메이커)

입력
199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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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철옹성에서 부시에 일격… “최대 파란”공화당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텍사스주 주지사선거에서 민주당후보인 앤ㆍ리처즈(57) 여사가 거둔 승리는 이번 미 중간선거 최대의 이변으로 미 정가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텍사스주가 조지ㆍ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임을 감안해 볼 때 주재무장관이기도 한 리처즈 여사의 당선은 오는 92년 대통령선거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지도 모를 파격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전반적인 낙승을 자신했던 민주당도 이런 이유로 리처즈 여사의 예상을 깬 승리에는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리처즈의 승리는 곧 부시의 패배를 의미한다. 92년 대통령선거를 맞이하는 민주당에 승리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는 론ㆍ브라운 민주당 전당대회 의장의 선언은 이같은 민주당내 분위기를 대변한다.

자신의 정치적 성장지인 텍사스가 민주당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던 부시 대통령에게 이번 텍사스에서의 패배는 아닌게 아니라 매우 아픈 정치적 상처가 될 것이 분명하다.

부시는 선거 막바지 3일을 클레이튼ㆍ윌리엄스 공화당후보를 위한 지원유세에 아낌없이 할애했었다. 더욱이 선거 몇주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텍사스 유권자 80%가 부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만큼 자신이 밀었던 후보의 낙선은 의표를 찔린 뼈아픈 충격일 수 밖에 없다.

부시를 한층 속상하게 하는 것은 그와 리처즈 여사 사이에는 풀기 힘든 개인적인 감정이 있다는 점이다. 리처즈 여사는 지난 88년 대통령선거 당시 『부자집 응석받이로 태어나 세상물정 모르고 자라난 철부지』라고 성장배경과 관련,부시의 아픈 곳을 신랄하게 비꼬아 큰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묘하게도 이번 선거에서 리처즈 여사가 상대한 공화당후보 윌리엄스도 정치 입문 전의 부시와 마찬가지로 석유사업으로 돈을 번 백만장자 기업인이다. 그런데 리처즈 여사는 이번 선거에선 구설수에 휘말렸던 과거의 경험을 교훈삼아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고 이것은 그녀의 당선에 큰 도움이 됐다.

반면,윌리엄스는 실언을 연발,낙선을 자초했다. 그는 과거 알코올 중독자였던 리처즈 여사의 전력을 빗대 『아무쪼록 그녀가 다시는 술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야비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이번 선거의 민감한 이슈였던 강간과 낙태문제에 대해 『강간은 궂은 날씨와 같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긴장을 풀고 즐겨라』는 망언을 해 여성유권자들을 분노케 했다.

이런 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옹호한 리처즈 여사의 당선은 미국 정치에서 급격히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는 우먼파워를 확인했다는 또다를 의미를 지닌다.

텍사스주 정부 재무장관을 2차례 역임한 리처즈 여사는 버지니아 기술전문대학교수로 줄곧 정치에서의 성과 인종차별에 관한 연구를 해온 남존여비경향이 강한 텍사스주의 대표적인 여권운동가.<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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