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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따로 「경제」따로/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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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따로 「경제」따로/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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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몰두 “기업에 맡기면 된다”는 환상최근 남미의 과테말라에서는 이번 11월에 실시되는 총선에서 과거 군사독재자였던 몬트씨를 대통령후보로 내세웠다고 한다. 이러한 과테말라 국민의 행동에 대하여 선진국이나 인접국가에서는 과테말라가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다시 독재로 선회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즉 지난 몇년사이에 민주주의를 외치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겉으로는 민주화를 논하고 있으나 과거보다 더욱 부패하였고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여러가지 정책이 입안되었으나 국민들의 생활은 전보다 훨씬 가난해지는 결과만 낳았다.

한 예로 과테말라 정부의 재정적자는 1985년부터 계속 증가하여 3년동안에 3배가 되더니 금년에는 최악의 사태로 진전되고 있고 1인당 실질 국민소득도 계속 하락하여 이제는 1969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군사독재하에 있었던 전기간보다 오늘의 생활이 경제적으로 더욱 핍박하고 가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처한 과테말라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과거의 군사독재시대를 동경하면서 독재정치가를 쿠데타가 아닌 선거에 의하여 대통령으로 선출하고자 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생활속에서 정치적 자유를 희구하게 되고,이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변혁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 또한 어느 정치인도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도외시하고 정치적 자유만을 제고시켰다 하여 국민의 추앙을 받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과테말라의 경우에는 정치적 자유를 희생하고라도 경제적 발전과 자유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과테말라의 정치와 경제현상은 단순히 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연관시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사이 우리 정치인들의 관심사는 너무나 정권적 차원에 한정되어 있고,국가의 경제나 국민의 안녕은 기업인이나 국민 각자에 맡기고 있는 느낌이다. 즉 우리 정치인들은 정치 따로 경제 따로 하더라도 우리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이는 60년대 중반부터 우리경제가 강력한 독재정권의 뒷받침하에서 급성장을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지 정치 따로 경제 따로로는 사회가 발전할 수는 없다. 원래 경제학이 발전하는 과정을 보아도 경제학은 정치경제학의 일부로서 국가의 부를 어떻게 정치와 연관시켜 증대시킬 수 있는가 하는 노력이었다.

이런 과정속에서 국가는 정치를 통하여 국민을 리드하여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를 위하여 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정치인,경제를 맡은 기업인,그리고 그속에서의 국민의 역할이 동시에 잘 조화될 때 비로소 사회의 발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의 집단인 국회를 보면 한때 5공청산을 위해 떠들썩하게 청문회를 한 후로는 요사이 같이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문조차 닫아 놓고 감감 무소식이다.

그래도 정치가로서 국민경제를 걱정하는 입장이라면 경제문제를 놓고 여러가지 경제난국 해소를 위한 청문회라도 열었어야 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3년간 민주화과정에서 가장 큰 경제적 고통은 노사관계였다. 이 경우 3년이란 기간이 경과하면서도 노사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였다는 것은 이 문제가 기업이나 경제관료의 능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판명된 것이므로 국회에서 우리 현실에 맞는 노사관계 정립을 논의했어야 한다. 또한 민주화과정에서 소득의 격차와 형평의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이런 사회ㆍ경제적 문제를 국회에서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구심점으로 모든 사회현상을 이끌어갈 정치인들이 정권적 차원만 생각하고 있다면 경제활동은 결국 방향감각을 잃게 되고 방황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예전같이 정치와 경제가 따로 놀더라도 막연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치적 민주화의 과정속에서 경제의 어려움은 가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치 따로 경제 따로의 현상이 계속되면 국민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행동중의 하나를 택할 것이다. 즉 과테말라와 같이 선거에 의하여 독재자 스타일의 강력한 리더를 뽑든지 아니면 오늘날의 모든 정치인을 새로운 정치인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다음 선거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최근 여러 연구소의 내년도 경제예측을 보면 금년보다 더욱 비관적이고 지난 몇년동안에 비해 최악의 상황을 내다볼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경제악화의 원인은 물론 경제적 요인에도 있겠지만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책임이 없는지 자성해보아야 한다. 만의 하나라도 이런 경제적 악화가 정치인들에게 책임이 있다면 국민들의 이에 대한 준엄한 판결이 따를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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