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6일의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원의원 35명,하원의원 4백35명,주지사 36명을 새로 선출했다. 상원은 정원 1백명중 3분의 1을 개선한 셈이고 하원은 전원을,주지사는 50명중 3분의 2를 개선했다. 2년 후에 있을 92년 대통령선거시에는 상원의원 3분의 1,하원의원 전원,주지사 3분의 1이 개선된다.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볼 수 있는 대통령 상ㆍ하의원 주지사선거는 「11월의 첫 월요일 다음날」로 언제나 날짜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
이번 중간선거가 6일에 실시된 것은 5일이 11월의 첫째 월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조지ㆍ부시 대통령을 당선시킨 88년 선거가 11월8일에 실시되었던 것은 7일이 11월의 첫 월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첫 화요일이라고 하지 않고 첫 월요일의 다음날이라고 한 것은 「11월1일 화요일」을 피하기 위한 계산같은데 굳이 「11월1일 화요일」에 선거를 하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처럼 미국이 선거일자를 단 하루도 고의로 늦추거나 앞당길 수 없도록 꼼짝못하게 못박고 있는 것이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 선거법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임기만료 6개월 이전에 아무때나 택일해서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선거일자를 결정하는 주체는 정부가 되기 때문에 집권여당에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시기를 고르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왔다. 그래서 선거일자 택일은 정부 여당의 프리미엄처럼 인식되어 왔던 것이다. 정부 여당은 학생시위나 소요가 잦은 시기를 피해 선거를 실시하려는 경향을 보여왔었다. 야당이 여당의 「계산된 택일」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14대 총선은 91년 11월∼92년 4월 사이에 실시하면 되는데 아마도 날씨가 추운 겨울을 택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아무래도 야당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의 계산대로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78년 12월12일에 실시된 제10대 총선이다. 공화당 정권은 말기증세의 불리한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기 위해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기도 전인 12월12일을 선거일자로 택일했다. 야당에서는 「엄동설한에 달보고 연설하란 말이냐」며 동토선거를 비난했다. 결과는 투표율에서 야당이 여당보다 1.1%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 공화당정권의 마지막 선거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여야가 선거일자 택일을 두고 서로가 유리하다느니 불리하다느니 하면서 논쟁을 벌이는 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볼 때 빼도박도 못하게 선거일을 고정시켜 두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우리에게 참고가 되고도 남는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의회선거 도지사ㆍ시장선거 등 여러갈래로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각종 선거들을 한꺼번에 같은날 실시하는게 어렵다면 두번정도 나눠서 실시할 수 있게 정리해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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