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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 일단 수습… 민자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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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 일단 수습… 민자 어디로 갈까

입력
199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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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주도 다툼 “잠복”… 불안한 새출발/대권관련 계파 속셈 모두 노출… 재격돌 “시간문제”/김대표 “참여속 투쟁” 도약준비/민정ㆍ공화 「연합전선」 결성태세내각제 합의각서의 유출로 비롯된 민자당 내분은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의 청와대회동에서 일단 수습됐지만 10여 일간에 걸친 내분의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의 양상은 향후 민자당의 진로가 매우 험난할 것임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노­김 회동에서 표면상 「겉불」은 진화됐지만 내각제개헌의 사실상 「포기합의」외의 모든 당내문제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덮어두었다는 당내의 지적이나 민주계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민자당의 내분수습이 「미봉」이었기 때문.

특히 내분이 확실한 종식을 보장하는 어느 한쪽의 「완승」과 「완패」가 아닌 무승부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계기가 주어만 진다면 또다시 재격돌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노 대통령과 민정ㆍ공화계는 분당이 공감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때문에 김 대표와 민주계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았을 뿐 이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또 김 대표나 민주계도 「참여 속의 투쟁」을 통해 당권 및 대권을 노린다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이러한 설정 아래 수습에 동의했다고 할 수 있다.

민자당 내분은 미봉 수습으로 정상화되긴 했으나 각 계파가 이처럼 「정립단계」로 환원된 데다 수습이 곧 당권 및 대권투쟁의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어 민자당의 진로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김 회동」의 합의에도 불구,각 계파의 상호 불신과 갈등의 골이 치유불능상태이며 이번 내분으로 서로간의 속셈이 완전노출되는 등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청와대회동을 계기로 「대표 중심 당운영」 「당기강 강화」에 역점을 두면서 표면상으로는 당 주도 장악을,내부적으론 자신의 정치적 입지강화에 치중하는 「강공 드라이브」를 시도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엿볼 수 있듯이 민정ㆍ공화계의 「연합전선」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3김 퇴진의 세대교체론을 제기했던 김종필 최고위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물론 김 대표나 민주계측이 이번 내분사태를 「제2의 도약」으로 여기고 적극공세를 취할 것은 분명하나 「노­김 회동」의 비공개 대화에서 노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어떤 의중을 비췄느냐는 문제가 민자당의 향후 풍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세 갈래의 흐름이 예상된다. 첫째는 민정ㆍ공화계가 6일 밤 청와대회동의 8개항을 「합의문」이 아닌 「발표문」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김 대표가 내각제개헌을 「포기」 쪽으로 해석하고 있는 데 반해 민정ㆍ공화계는 「완전포기」가 아닌 「논의 유보」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도 향후 당의 진로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김 최고위원이 제기했던 「세대교체론」이 김 대표의 당권 주도공세와 맞물려 민정계측에서 적절한 시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최근 민자당 내분이 91년초에 폭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두 달 앞당겨졌다는 점과 민정계 소장파 의원들이 김 대표를 겨냥하는 당풍쇄신 및 「물갈이론」을 은밀히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민정ㆍ공화계측의 이같은 흐름은 대통령직선제로 차기 대권의 향방을 결정할 경우 「자유경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셋째는 민주계 일부 의원들이 「노­김 회동」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미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듯이 김 대표의 향후 여권내 위상과 관계없이 민주계 일부 인사의 이탈여부도 당의 진로에 적지 않은 돌발변수가 될 것 같다.

따라서 민자당은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해가도록 「노­김 회동」에서 입장이 정리된 데다 이번 내분수습이 결과적으로 「내각제 추진불가」를 돌출한만큼 향후 정국은 「김영삼­김대중 총재」 구도로 주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 대표 중심의 대야 관계 주도는 민정ㆍ공화계측의 반발에 부딪쳐 「내환」으로 연결될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에 당장 이번 정기국회 운영이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씨」를 안고 재출발하는 민자당은 올 연말까지는 표면적으론 소강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이는 재격돌을 위한 「명분축적」 기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민자당의 앞날은 언제 갈라설지 모르는 채 불투명한 행로를 가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조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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