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자(일부 3일자) 본란에 게재됐던 「남북유엔외교」에 대한 현홍주 유엔대사의 편지(6일자 18면)를 읽고 참으로 당혹스러웠다.현 대사는 정부의 조급한 유엔가입방침에 의문을 제기한 기자의 글을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뚜렷한 사실적 근거없이」 기사를 만들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현 대사의 이같은 주장은 대부분 공평치 못했으며 초점도 빗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 대사는 우선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안을 「세일즈」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세일즈를 했다면 동시가입안을 세일즈할 것이지 단독가입안을 세일즈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한마디로 말장난에 불과하다.
현 대사는 자신의 입으로도 최소한 두 차례 이상이나 이번 회기내 한국만의 단독가입 신청방침을 공언한 바 있다.
북쪽이 이미 거부의사를 명백히 한 우리측의 동시가입안이란 결국 남쪽만의 단독가입안이란 사실을 왜 굳이 부정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한가지 현 대사가 지적한 북측의 「단일의석가입안」은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단일의석에 의한 남북한 동시가입안」이다.
2일자 「기자의 눈」 전체를 통해 이같은 내용이 분명히 드러나 있는데도 자구 하나를 트집잡아 기사내용 전체를 왜곡함은 온당치 못하다.
둘째로 『유엔 가입문제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카드가 아니다』라는 현 대사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일리는 있을지 모르나 설득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 정부의 유엔가입 움직임은 그 자체가 유일한 대북카드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강력한 대북한 카드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는 이미 두 차례의 총리회담에서 보인 북측의 태도가 그 생생한 증거이다.
기자는 또 유엔가입이 우리의 산적한 내정문제를 자동적으로 해결해준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유엔가입 문제를 정치적으로 오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했을 따름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쪽의 우선 가입이나 남북한 동시가입이 『통일여건 마련에 도움이 된다』는 현 대사의 주장에도 많은 이견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기자는 북한의 입장에 무작정 동정을 보내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남북한간의 「상호신뢰」를 대가로 치르면서까지 유엔가입 문제를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 까닭을 묻고싶은 것이다. 현 대사의 편지는 이같은 물음에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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