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을 하면서 동상이몽에 잠긴다면 삐걱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각서파문으로 동업자 한 분이 신뢰가 깨졌다고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제일 높은 분이 역정을 냈다. 「가고 싶으면 가고… 생각하고 싶으면 하고… 의미를 크게 부여할 바가 아니다. 몸이 불편하면 그 다음 사람이 맡아 할 수도 있는 거다」. ◆또 다른 동업자가 때를 놓칠세라 성난 목소리를 터뜨렸다. 「그 사람은 경쟁 상대가 안된다. 그 양반 한 것이 뭐가 있는가. 일 저질러놓고 뭉개기만 하는 사람들은 이제 물러나야 한다. 엄청난 일을 한 분에게 대드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잉 마이웨이를 강조하는 모습은 근엄하고 목청은 준엄하기만 하다. 이렇게 주고받으며 불길은 하늘로 치솟았다. ◆뛰쳐나간 분은 여유를 보이듯 산행을 하며 줏대를 꺽지 않았다.「역사를 두렵게 알며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고 역설했다. 거친 말들이 오고가는 사이에,이리 만나고 저리 만나면서 노한 얼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풀어졌다. 동업 간판이 쪼개지든가 기둥 한 쪽이 휘청할 줄 알았는데 용케도 버텨간다. 구경꾼들은 싱겁다 할지 모르나 동업자끼리는 이만하기 다행히라고 가슴을 쓸어낼지 모르겠다. 거여의 만추 액션드라마는 이렇게 끝났다. ◆끝내기 수사가 매우 진부하다. 창당정신의 복귀와 구국차원의 결단이 별로 고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미봉책이다 봉합이다 땜질이다 하여 뒷말이 무성하면서 아름답지가 않다. 다시 손을 잡은 동업자들의 모습이 서먹하게만 보인다. 한편 체통을 잃으면 회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런 일이 한 번도 아니고 자꾸 반복되니 더욱 한심한 노릇이다. ◆정치지도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의 하나는 품위라고 할 수 있다. 품위없는 정치는 혐오와 냉소만 일으킨다. 품위있는 정치투쟁은 마다할 까닭이 없다. 싸울 때 싸우되,말과 행동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면 웃음거리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습도 좋지만,정치의 품위를 복원하는 일부터 서두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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