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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도 혼수자금 저축/일 기자 북한 중류가정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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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도 혼수자금 저축/일 기자 북한 중류가정 탐방기

입력
1990.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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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한두번 외식… 가장 술값 월급 10%선/허가제ㆍ숙박불편으로 시골방문 엄두 못내북한의 물가는 식료품 등 기초적인 생필품은 아주 싸지만 공산품은 엄청나게 비싸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남북 총리회담 취재차 평양에 다녀온 아사히(조일)신문의 고바야시(소림경이) 기자는 6일 발매된 아에라(아사히신문 주간지)지에 북한의 평범한 월급쟁이 가정 방문기 「물자와 정보는 없어도 행복」이란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고바야시 기자가 방문한 임기찬씨(37ㆍ평양 기계대학 실습공장 근무)의 집은 대동강변에 있는 13층 아파트 502호실. 부인 조순옥씨(37ㆍ철도혁명사적관 설명원)와 딸둘 어머니 등 5식구가 사는 아파트의 면적은 1백15㎡라 했지만 실제로는 90㎡ 정도로 보였다고 한다. 4평 크기의 거실에 방이 둘. 하나는 안방이고 하나는 두딸과 어머니가 기거하고 있었다.

수입은 임씨의 월급 1백2원,부인의 월급 1백5원,65세의 어머니 연금 18원을 합쳐 월 2백25원(한화 7만9천7백50원).

주식은 배급제로 어른이 하루 7백g,어린이가 3∼4백g 씩인데 8할은 쌀이고 2할은 밀 옥수수 등 잡곡이다. 쌀은 정부가 농민들로부터 ㎏당 68전(한화 2백42원)씩에 사들여 8전(한화 27원50전)씩에 배급하므로 주식비는 월 6원꼴이다. 부식비는 월평균 20∼30원 정도이고,주택은 모두가 국가소유여서 전기ㆍ수도료를 합친 사용료가 7원정도.

가장인 임씨가 한달에 4ㆍ5회정도 동료들과 「한잔」하는 술값으로 10여원이 소요되고,인민학교에 다니는 장녀의 학비와 제복 학용품까지 무료지만 연간 10여원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지출을 모두 합치면 월평균 생활비가 1백20∼30원,나머지는 모두 저축을 하는데 현재의 저축액은 2천원정도라고 했다.

이 돈을 어떻게 쓸 계획이냐는 질문에 임씨는 『국가사업에 기부하거나 도로건설에 애쓰는 군인들에게 소요되는 물건을 사주고 싶으며,장차 딸애가 결혼할 때 요긴하게 쓰려한다』고 말했다.

일요일이면 가족과 함께 영화나 서커스를 보러 가거나 한달에 한두번씩 외식을 하기도 하는데 지난 10월21일에는 유명한 옥류관에 가서 한그릇에 5원씩 하는 냉면을 먹고 대동강변을 산보했다.

금강산이나 묘향산 같은 관광지나 시골의 친척집을 찾아보는데는 허가가 필요한데 교통사정과 숙박시설 등이 불편해 허가 얻기가 어려운 듯 임씨 일가는 금년에 한번도 여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주 금요일은 「노동의 날」이어서 화이트칼러들도 모두 청소도로공사 등에서 일을 해야 하고 모심기나 추수철에는 일주일씩 근로봉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추수가 끝나면 평양 시민들은 대부분 얼굴이 검게 그을려 있게 마련이다

백화점 물건값은 기초적 생필품과 기호품이 엄청나게 다르다. 어린이용 비닐구두는 1켤레에 1원80전 어른용은 3원80전이지만 같은 소재라도 좀 멋을 낸 여성용은 36원20전이다.

안쪽에 토끼털을 댄 방한화는 78원으로 고졸여성의 한달치 월급에 해당한다.

특히 값이 비싼 것은 의류와 가전제품. 남성용 점퍼가 1백66원,코트는 2백3원,양복은 2백51원이다. 16인치짜리 흑백TV 「백두산」이 6백20원,「평양」이 6백50원으로 거의 반년치 월급과 맞먹는다. 냉장고는 1백ℓ짜리가 4백원,플라스틱 상자형 라디오가 2백원이다.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것은 육류. 평양에서 가장 음식맛이 좋다는 불고기집에 들어가 갈비 6인분을 주문했더니 2인분 밖에 없다고 했는데,고기맛은 동경이나 서울에 비해 떨어졌다는 것이 이 기자의 평가였다.<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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