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ㆍ소 한솥밥 먹을때 올 것/소 생필품 부족 한국협조 필요”일곱번째 소련을 방문중인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5일 하오 7시(현지시간)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면담,양국간 경제협력에 관해 40여분간 대화를 나누었다.
크렘린궁내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뤄진 이날 면담에는 소련측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위원회 자문위원과 페트라코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등 소련 경제정책 결정의 핵심적 두인물이,현대측에서는 이명박 현대건설회장이 각각 배석했으며 통역도 양측에서 1명씩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첫마디에서 현대그룹의 시베리아 및 연해주 지역개발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나홋카 경제특구 설치와 관련,현대를 비롯한 한국기업들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소련이 북한 등 관계국에 많은 조언과 협조를 해주기를 부탁한다는 정명예회장의 요청에 대해 『한소 수교가 북한을 비롯한 이 지역의 개방과 안정에 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하며 한ㆍ소ㆍ북한이 한솥에 밥을 지어 함께 나눠먹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면담의 대부분을 양국간 경제협력문제에 할애했다. 『소련의 선진과학기술과 한국의 경제발전 능력을 합치면 양국의 성장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고 『소련이 현재 소비재 및 생활필수품의 부족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특히 소비재 및 생필품 부족 문제에 대해 한국의 협조가 크게 기대된다고 말하고 『귀국 후 노태우대통령께 이런 내용을 잘 전해 한소간 좋은 협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어 『오는 20일 한소 경제협회가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키 위해 방한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위원회 자문위원을 통해 노대통령께 본인의 친서를 보내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끝으로 『본인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분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게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이날 면담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정명예회장을 처음 만나면서도 마치 오래전부터 만나온 사이처럼 친근감을 표시하는 등 매우 친밀한 분위기였고 대화의 대목대목에서 서로 큰 관심과 동감을 자주 교환했다고 전했다.
또 면담이 끝난 후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타스통신 모스크바 텔레비전 등 취재진들에게 별도의 사진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해주면서 세심한 배려를 하는 모습이었다는 것.
이날 면담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공식접견행사」로서 소련 언론들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 주재 외국언론들에도 대다수 취재가 허용됐다.
정명예회장의 고르바초프 대통령 면담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여섯번째 소련 방문때.
당시 페트라코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은 양국간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기회가 닿는대로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보는게 협력의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만남을 추진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에는 고르바초프의 일정이 바빠 성사되지 못했고 이번 방문에서 페트라코프의 주선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현대측은 고르바초프가 정명예회장을 40여분간이나 만난 것은 단순히 의례적인 차원을 벗어나 한국 기업의 소련 진출에 대해 실질적으로 막대한 비중을 두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명예회장 일행은 이보다 앞서 3일엔 이반ㆍ실라예프 러시아공화국 총리와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러시아공화국은 이 협의를 통해 의류,신발류,가전제품,자동차타이어 및 충전식 배터리 등을 현대로부터 대량 구입키로 했으며 대금은 원유등 원자재로 지급키로 했다.
이에 관한 현대와 러시아공화국간의 협정은 치크카노프 러시아공화국 대외경제 관계 차관과 현대건설 이회장에 의해 각각 서명됐다.
오는 20일 고르바초프의 친서를 갖고 오게 되는 메드베데프 자문위원은 한소 경제협회가 「소련의 개방ㆍ개혁정책과 한소 경제협력」이란 주제로 주최하는 세미나의 소련측 단장. 그는 이 세미나에서 소련측 입장을 담은 기조연설을 하게되며 우리측에서는 김종인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이 나설 예정이어서 이 때쯤 한소 경제협력문제는 또한차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게될 것으로 기대된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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