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정상” “위상강화” 서로 맞교환/당권 모호… 본격 대회전 불씨 남겨혼미 속에 예측불허상황까지 치닫던 민자당의 내분양상은 6일 저녁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의 청와대회동을 계기로 일단 수습의 수순을 마련했다. 이날 두 사람이 함께한 공동인식의 「문면」은 내분이 수습 쪽으로 흐를 경우 정가관측통들이 예상했던 수준이자 피차 이해가 얽혀낳은 「최소공배수」라 할 수 있다.
내각제개헌 문제에서 출발,당권ㆍ대권의 문제로 확산되면서 당내 계파들의 사활적 관심이 맞물려 돌아간 그동안의 내분전개양상을 보면 「한집살림」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판가름하기 힘든 상태였던 게 사실.
따라서 청와대회동의 초점이 합거의 새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에 모아진 것은 당연하지만 이미 그 조건들은 새로운 문제의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물론 이날 회동에서 김 대표의 권한강화나 당기강 확립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과거와 같은 단순 땜질식의 처방차원을 넘어 전향적 보강의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민정ㆍ공화계가 당권강화를 주장해온 김 대표의 저의에 노골적 의심을 표시했 데서 보듯 이 문제는 앞으로 예상할 수 없는 「내부권력 투쟁」의 불씨를 숨겨두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당장 내각제개헌의 사실상 포기를 수사로 치장하긴 했지만 이는 곧 현행 대통령제하에서의 주자다툼이 스타트라인을 끊은것을 의미하는 것.
이 경우 이번의 당내분이 가져올 후유증과 함께 민자당이 또한번 격렬한 소용돌이에 언제라도 휘말릴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요컨대 『구국적 결단의 창당정신으로 돌아가 상호신뢰와 이해』를 강조한 것은 당지도부가 피차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자 이날 8개항 합의의 배경이란 얘기다. 노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김 대표와의 갈라섬이 가져올 국정의 어려움을 감안치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고 김 대표로서도 분당 이후의 대안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내분과정에서 드러난 민정ㆍ공화계와 민주계의 원색감정 표출을 미뤄보면 『같은 배를 타고 정국항해를 계속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로 치달은 게 사실. 하지만 쌍방모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제기된 당내분을 끝장형태로 이끌고나가기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으리란 해석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내각제 합의각서 유출 이후 수세에 몰리는 듯했던 김 대표가 당무거부에 이은 내각제 반대 천명 등 배수진을 친 역공을 펼쳐 의도했던 수확의 상당부분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김종필 최고위원의 반발은 이같은 양상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김 대표로서 지난 4월 박철언 전 정무장관과의 갈등이 「대리인」과의 싸움이었던 데 비해 이번에 노 대통령과 「직거래」에 나서 자신의 위상을 한층 제고시켰다는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 김 대표가 그 대가로 치러야 할 부분도 자신의 「예상치」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내로 보면 김 대표가 「반김세력」으로 지목해왔던 일부 세력의 움직임을 크게 억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그만큼 김 대표의 지도력은 공개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게됐다는 것.
또 자신과 노 대통령과의 「힘겨룸」으로 비쳐져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의 정치력에 「흠집」을 남긴 것은 그가 알아야 할 또다른 과제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버티기」가 당권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거듭 주장해왔긴하나 정당의 「기강」을 한꺼풀 벗겨보면 당권 대권과 직결을 피할 수 없는 게 사실.
때문에 그는 당내 소수파 입장에서 당내 민주화란 기치 아래 주자경선 등의 움직임이 노골화되는 양상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숙제로 안게됐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동안 각서유출 대목에만 관심이 쏠려 당분간 비켜나 있던 내각제 밀약부분. 이 문제는 비단 김 대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민자당 전체의 도덕성에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일단 『정치지도자의 약속이 국민보다 우위에 설 수 없는 것』이라며 문제의 핵심을 피하긴 했으나 내각제개헌 추진의 구체적 사항까지 못박은 합의문에 서명한 사실은 그가 분명히 해명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는 견해다.
이와 함께 이번 내분의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노 대통령이나 김 대표,김종필ㆍ박태준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의 태도는 집권당의 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의식을 재차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간의 치유될 수 없는 골과 남긴 것과 별도로 새로운 문제를 던지고 있다.
한마디로 민자당문제에 국한해 볼 때 이번 내분의 수습과정은 눈 앞의 문제를 일단 잠재우되 국면을 옮겨 보다 큰 「힘겨루기」를 준비하는 시간을 만들자는 데 당지도부가 「합의」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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