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개막된지 두달이 다되어 가는데도 정치인들은 국회에 들어와 국정을 돌볼 생각조차 않고 있다. 특히 여야의 지도자들은 그런 생각은 커녕 마산이다 광주다 하면서 지방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국회와 당을 거부하는 지도자들의 가출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싫든 좋든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정말 괴롭다.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국민을 괴롭혀도 되는가?
민주화로 간다는 정치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늘날의 정치황폐화는 정권장악에 눈이 먼 몇몇 정치인들의 오산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합당을 둘러싼 지도자들의 잘못된 계산이 문제였다. 김영삼 대표가 합당만되면 공화계는 물론 민정계의 지지를 얻어 노태우 대통령의 뒤를 이은 다음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부터가 오산이었다. 지지는 커녕 새파란 정치초년생으로부터 공격의 화살을 맞는가 하면 「당비를 많이 쓴다」「수재현장엔 뭣하러 다니느냐」는 핀잔에 설움을 받아야 했다. 내각제개헌 합의문이 영원히 보안유지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도 그의 오산이었다.
오산은 노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합당만 하면 거대여당으로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그렇고 3분의 2가 넘는 다수 의석으로 내각제개헌을 손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그렇다. 3자가 서명까지 했으니 더욱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가장 큰 오산은 합당이 국민대다수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3인의 판단이었다. 처음에는 전격적이고 극적인 효과때문에 다음은 잘되리라는 기대 때문에 지지율이 높은 듯 했으나 날이 갈수록 땅바닥으로 떨어져갔다.
화합해서 서로가 사는 길을 택하지 않고 싸움질로 서로가 죽는 길을 걸어왔으니 인기가 있을리 만무하다. 거기다가 야당이 정치의 장을 떠나버리는 극한적인 저항으로 맞서 이 나라 정치는 마비상태가 되고 만 것이다.
이처럼 오산과 오판이 점철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은 언제나 민의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민의파악부터 실패했으니 오산과 오판의 정치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지도자들의 생각대로 국민들이 따라 오도록 유도할 능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국민이 아직은 대다수가 대통령 직선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여론을 파악하지도 못했고 내각제가 보다 더좋은 제도라고 설득하지도 못한채 집안싸움의 자중지란으로 주저앉아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의사를 따라갈 능력도 없고 국민이 따라오게 할 능력도 없는 지도자들은 분명 「무능」이란 낙인이 찍힐 수 밖에 없는데 그들은 스스로의 무능을 인정하는 처신조차 할줄 모르니 더욱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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