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ㆍ친인척 배제 형식뿐 대리인 내세울 땐 무력/동종기업ㆍ재벌 간섭참여 가능/불법소유 규명돼도 제재미흡○…국회문공위가 5일 최병렬 공보처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간담회 형식으로 민방주체 선정의 의혹을 다루는 등 민방문제는 정치ㆍ사회적 쟁점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민방 출범의 전후 과정이 여론의 호된 비판과 정치쟁점으로써 검증을 받기 시작한 것은 민방주체 선정과정에 여러 「흠집」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경우,민방문제의 준칙인 방송법에 허점이 많아 민방주체 뒤에 배후가 있다 해도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점도 의혹증폭의 사유가 되고 있다.
또한 방송법의 허점들은 배후세력의 불법적인 잠입을 용이케도 하지만,역으로 허가권자인 정부가 민방주체 선정에 있어 「특정의도」를 개입시킬 수도 있다는 논리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방송법의 개별조항에 나타나는 허점들도 문제지만,80년 언론통폐합 당시 주식을 강제 인수당한 전 지방MBC 대표들의 「주식반환소송」 승소로 방송법체제 전반의 재검토가 불가피해져 민방문제는 법적인 면에서도 적잖은 불씨를 안고 있다.
○…현행 방송법에는 재벌이나 동종기업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해 현재 의혹의 원천이 되고 있는 「지배주주 뒤의 또다른 주인」이 있다는 배후세력설이 도덕적 차원의 문제거리일 뿐만 아니라,그 설이 사실일 경우 법적 측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불법행위라는 것이다.
방송법상 방송국 경영에 관한 기초적 조항은 방송주식 소유의 상한을 30%로 정해놓은 6조1항이다.
이 조항은 『방송국 경영이 어느 족벌이나 기업의 독점에 좌우되지 않도록 주식 소유상한을 두고 있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새 민방은 1인 소유에 의한 책임경영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6조1항은 「명분제공용」 성격이 강하다. 이 조항에서 볼 수 있듯이 법의 취지와 정부의 「의도」가 상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30% 주식 소유상한내에서 「누구든지」 방송주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6조1항과 관련,「누구든지」에 대한 제한규정으로 6조2항의 재벌배제와 7조의 동종기업 참여금지 조항이 있는데,이 조항들에 취지와는 다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들 조항들을 여하한 경우에도 지키겠다고 공언했으나,민방주체 선정과 관련한 주된 의혹이 「재벌이나 동종기업이 뒷돈을 대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보면 이들 조항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정부차원에서 필요하다 해야 할 것이다.
이들 조항과 관련,방송법 시행령 2조에는 자산 4천억원 이상의 기업집단과 계열기업ㆍ특수관계자는 민방에 참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특수관계자에는 ▲재벌그룹의 어떤 기업주식을 15% 이상 소유한 자 ▲15% 미만이라도 계열기업의 최다 주식소유자 ▲이들의 4촌 이내 혈족ㆍ3촌 이내 인척 그리고 ▲재벌내 기업의 임원 및 그의 배우자ㆍ직계 존비속 등이 포함된다.
이런 원칙은 동종기업인 신문사 및 통신사에도 그대로 적용되게 돼있어,법리상 배후세력의 잠입은 일견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재벌 등이 계열기업이 아니더라도 특정기업을 채권이나 하청관계로 사실상 지배하에 두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방송법의 재벌ㆍ동종기업 배제조항이 무력해질 소지가 많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재벌 등이 계열기업이 아닌 사실상 영향력하에 있는 기업을 대리인으로 내세울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 민방주체 선정에서 일부 기업들이 재벌의 「대리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또한 재벌 등의 친ㆍ인척 배제에 있어서도 허점이 드러난다. 한 가지 예만 든다면 재벌소유주의 외사촌이 재벌의 대리인으로 참여할 경우,특수관계자의 범위가 인척 3촌 이내로 돼 있기 때문에 법상 하자가 없게 된다.
이와는 달리 친ㆍ인척관계나 하청관계 등을 이용하지 않고 재벌 등 참여불가능한 자가 중급규모의 기업과 내부 약속ㆍ거래 등을 통해 잠입할 경우 역시 구체적인 제어장치가 없다는 점도 방송법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지배주주인 태영건설이 이러한 의심을 받고 있는데,이에 대한 사후검증조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방송법상 사후통제 수단으로 6조3항ㆍ4항과 43조 벌칙조항이 있기는 하다. 6조3항은 「30% 이상의 초과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고 6조4항은 「참여금지 대상 및 특수관계자가 방송에 참여할 경우 공보처 장관은 시정을 명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이 조항들이 불법적인 주식소유에 대한 충분한 제재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벌칙조항에 이들 조항을 위반하고 공보처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ㆍ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는데 과연 이 정도로 「배후세력의 잠입」을 막을 수 있느냐에는 의문이 남는다. 더구나 현재의 의혹들처럼 정부가 민방 지배주주를 사전에 내정하고 민방의 장래운영 형태까지 장악하려 한다면 배후세력의 존재를 정부가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은폐할 수도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게 된다.
결국 정부의 민방주체 선정이 전체적으로 믿음성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방송법상 제재조항들은 그야말로 형식적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계전문가들로 구성된 제3자의 검증 등이 법에 명문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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