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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씨의 「삼김퇴진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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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씨의 「삼김퇴진론」(사설)

입력
199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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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내에서의 내각제 파문이 대권다툼의 한 파생물이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터인데 이번에는 그 파문의 향방이 3김퇴진론으로 확대되어갈 듯한 조짐이다.4일 간부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필 민자당 최고위원은 난데없이 자신을 포함한 3김씨의 동반퇴진을 통한 세대교체론을 들고나섰다. 김 최고위원이 원색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과 김대중 평민당 총재에게 가하고 나선 것은 그의 입지적 조건이 약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 아래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 풀이될 수 있겠으나 때가 마침 민자당 내분사태가 노ㆍ김 회담 등으로 수습단계에 접어든 시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충격이자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에 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김씨의 퇴진주장이 현실적 정치감각으로 보아 좀 허황된 것인 양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을 줄로 알지만 아무튼 그들의 퇴진문제는 논의 자체가 상당한 물의를 빚을 수 있는 사안이고 또 정치적 상황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기에 더욱이나 그러하다.

김종필씨가 그같은 발언을 용의주도한 정치적 계산 끝에 목적의식적으로 터뜨린 것인지 우리는 아직 헤아리기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과연 그가 다른 양김씨를 싸잡아 비난하고,자신을 그들과 동렬에 세워 동반퇴진을 요구할 수 있을 만한 자격과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김씨는 김영삼씨를 가리켜 『그 사람은 나에게 경쟁상대도 아니다. 그 양반 한 게 무엇있느냐. 민주화만 떠들면 되느냐』고 격하시키면서 『국회 밖에서 이것저것 내놓으라며 보이콧하는 사람이나 당무를 거부하고 무엇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이나 새로 자라는 싹들에게 나를 포함해서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가 보기에도 그는 딴 양김씨와 경쟁상대가 되기에 여러 가지 면에서 힘이 부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말대로 두 김씨는 오랜 세월을 독재와 맞서 고난에 찬 민주화투쟁을 해왔으며 그 결과로 6ㆍ29선언을 쟁취해냈다.

유신시대와 5공시절에 적당한 자리에서 안주하고 있었거나 숨소리를 죽인 채 풍향만 보아오던 그는 5ㆍ16 군사쿠데타 주역이요,초대 중정부장이었으며 유신의 추종자였던 자신의 인상이 미처 국민들 뇌리에서 스러지기도 전에 자유화와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80년에는 대권경쟁 후보의 한 사람으로,그리고 87년과 88년에는 한 정파의 선두주자로 선거를 치르면서,두 김씨 싸움의 부산물격인 지역감정을 업고 어부지리를 얻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김씨가 기득권자들의 집권연장을 목적해서 3김 퇴진이라는 전략을 꾸민 것인지는 몰라도 지난날의 정치역정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는 이번 기회에 한번 짚고넘어가야 할 일이 아닌가 믿어진다.

여야 그중에서도 특히 여권의 정치지도자들은 정치가 철저히 불신당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국의 안정을 위해 어떤 행동과 결단이 가장 대승적이고 충실한 「큰 정치」가 될 것인지 심사숙고해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이기와 감정과 가식을 버리기 전에는 이같은 큰 정치는 기대하기 어려운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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