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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셰비키혁명 73주년… 오늘의 모습(소련 「제2의 혁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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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셰비키혁명 73주년… 오늘의 모습(소련 「제2의 혁명」:상)

입력
199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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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존속ㆍ시장경제에 미래 달렸다/15개공중 14개공이 독립선언/민족문제얽혀 난맥상… 개혁속도가 재편 관건/물품난 심각… 자력해결 어려워/외자유치 절실… 급진개혁안도입 불가피할 듯「사회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는가」라는 자문속에 공산주의종주국 소련이 오는 7일 볼셰비키혁명 73주년을 맞는다. 러시아제국의 차르체제를 타파한 지난 1917년 10월혁명과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창설을 기념하는 이날은 지금까지 소련최대의 명절이자 세계 사회주의 각국의 기념일로 기려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동구공산정권의 연속붕괴와 지난달 동서독의 역사적 통일이란 세계사적 대변혁속에 이를 선도한 소련역시 공산당 일당독점 폐기 및 다당제채택과 시장경제로의 전환등으로 볼셰비키혁명기념일의 역사적 의미를 스스로 탈색시키면서 「제2의 혁명기」를 맞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공화국의 분리 독립움직임에 따른 연방재편문제,다당제에 따른 야당세력 출현,시장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과도기적 혼란등 소련의 현상황을 혁명 73주년을 계기로 2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연방재편◁

소련연방이 재편되고 있다. 볼셰비키혁명기념일을 맞는 소련공산당은 이같은 사실을 증명하듯 공식슬로건으로 「소비예트사회주의 공화국연방(USSR)의 미래는 주권공화국들의 단결에 달려있다」고 내세웠다.

현재 소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15개공화국중 독립선언 또는 주권선언을 하지 않은 곳은 키르기스공화국 1개뿐이다.

심지어 각공화국내의 자치지역과 시들까지도 각공화국 정부에 맞서 주권선언을 한 곳이 적지않은데 러시아공화국내 16개 자치공화국중 10개 공화국이 이미 주권선언을 했다.

최근 민족분쟁을 겪고 있는 몰다비아공의 경우 공화국내 최대 민족인 몰다비아인들이 연방정부에 대해 공화국 주권선언을 하자 이번엔 소수민족인 터키계 가가우즈족과 러시아인들이 각자 공화국정부에 대해 주권선언을 하고나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공과 우크라이나공 및 발트 3국이 「공화국법률이 연방법률보다 우선한다」고 선언하는등 중앙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자 소연방최고회의(의회)는 최근 연방법이 우선한다는 법률을 통과시켜 연방정부와 공화국간에 법리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모스크바 뉴스지가 전소 여론조사센터의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각공화국별 주민들중 발트 3국 91%,그루지아 92%,우크라이나 55%,러시아 46%의 주민들이 연방으로부터의 분리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공은 지난 1일부터 독자적으로 5백일 경제계획을 실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공도 루블화를 무용지물화하는 독자적인 화폐발행의 전단계로 모든 생필품과 식료품구입시 쿠폰제를 실시하고 국영기업중 50∼60%를 사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최근 마련했다.

발트3국은 아예 자체 주민증을 발급했으며 독립할 경우 바르샤바조약기구에 가입하겠다는 제안까지 했고 이중 리투아니아공은 벌써 폴란드와 영사관계까지 맺었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스스로 어느정도 대세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처하기위해 연방정부와 각공화국이 새로운 연방조약을 체결,느슨한 형태의 국가연합(Confederation)을 창설할 것을 구상하고 있다.

새연방조약은 각공화국에 주권을 부여한다는 전제아래 각공화국은 외교 국방 교통 통신 화폐제도 에너지 천연자원 징세 등 8개 부문은 중앙정부에 권력을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연방조약체결은 올 연말이나 내년초를 목표로 진행중에 있으나 애초부터 소련헌법에 각공화국이 절차상 시일은 걸린다해도 분리독립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는 등 논리상의 모순을 갖고 있어 현재로는 일부 공화국들의 완강한 독립주장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새연방조약과 시장경제를 동전의 양면으로 보고 있어 만약 시장경제전환계획이 제대로 정착될 경우 소련전체의 경제는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생활도 향상될 것이며 이에 따라 각 공화국들도 새연방조약체결을 받아들여 발전된 연방체제에 잔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등 온건개혁세력의 여러가지 구상은 지난 70여년간 사회주의체제에 길들여진 국민들과 관료 및 KGB 군 등 보수세력들의 반발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반면 각공화국의 핵심권력을 차지한 급진개혁파와 민족주의 세력은 연방정부보다 개혁의 속도를 앞지르고 있어 고르바초프가 생각하는 동전의 양면은 아직 모두 어려움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시장경제◁

「레드 러시아호는 침몰할 것인가」라는 영화제목같은 말이 현 소련경제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국가통계위원회에 따르면 소련의 주요상품 1천개품목중 9백96개가 정기적으로 공급부족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85년부터 소련의 경제성장은 정지한 상태며 모든 경제지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 GNP는 5% 하락했고 올해는 거의 10% 정도 떨어질 것이 예상되며 통화팽창과 이에 따른 인플레유발,가격상승 등 경제악재들이 지뢰처럼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샤탈린과 리즈코프총리의 경제개혁안을 절충,4단계 시장경제계획의 시행에 들어갔으나 향후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토지 노동 자본 등 기본적 생산3요소도 갖추어지지 않고 시장경제의 개념조차 이해되지않는 현실에서 소련경제의 당면과제는 ▲대량실업방지 ▲재정적자해소 ▲인플레억제 등이나 어느하나 뚜렷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재정적자를 해소키 위해서는 대규모 국방예산의 감축이 불가피하며 외국자본의 유치가 절대 필요한 실정이나 페르시아만사태에 따른 미국등 서방선진국의 지원규모축소와 통독세를 치르고 있는 독일의 투자능력 감퇴등으로 벌써부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꿰뚫어 보고있는 고르바초프는 지난 1일부터 연방정부에 맞서 독자적인 5백일 개혁안을 실시하고 있는 러시아공에 대해 비상대권으로 견제를 하지 않고 오히려 묵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샤탈린안이 최선의 방책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자신의 입지를 고려,최소한 정치적 위험성이 없는 절충식 개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러시아공이 개혁을 선도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브차크 레닌그라드시장은 『고르바초프는 정치적 이유때문에 샤탈린안을 수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러시아공의 개혁이 성공을 거둘 기미가 보이면 즉각적으로 급진적 개혁을 연방전체에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이를 뒷받침할 기업이나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아직 사회주의체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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