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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무주택 시민늘어 “골머리”(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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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무주택 시민늘어 “골머리”(세계의 창)

입력
1990.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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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사태로 2만여명이 노숙/운전사들 고유가 항의 시위도동구권국가로는 최초로 공산당 권력독점을 폐지하고 다당제민주주의를 출범시킨 헝가리가 최근 무주택자들의 급증과 유가인상에 반발한 운전사들의 전국적인 항의시위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헝가리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집이 없어 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무주택자들은 대략 2만명으로,이 숫자는 최근 몇달사이에만도 6천여명이나 불어난 것이다.

대부분이 독신자들인 이들은 역 버스터미널 공원 등지에서 새우잠을 자고 정부와 적십자에서 마련한 하루 한끼의 식사로 끼니를 때우며 미 뉴욕시에서나 볼 수 있는 슬럼가의 빈민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무주택자들의 증가는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부작용이 주원인으로 정부의 주택공급부족과 실업인구의 급증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들 빈민들중에는 이웃 루마니아로부터 넘어온 헝가리계 유민들의 숫자도 상당수가 되며 알코올중독자 범법자들도 끼여 있어 사회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주택문제를 해결키 위해 사회학자인 졸탄ㆍ로크너 교수를 팀장으로 하는 위기관리팀을 구성했으나 연간예산이 50만달러밖에 안되는 데다 인력마저 부족,제대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예산한도내에서 약 1천5백개의 침대와 하루 3백명분의 식사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국방예산 감축으로 못쓰게 된 군대막사를 빈민들의 임시숙소로 활용할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으나 군부대 주변의 주민들이 범죄증가를 우려해 수용반대시위까지 벌이는 바람에 이마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헝가리 정부는 페르시아만 사태로 인한 유가상승과 소련의 원유공급 감축에 따라 휘발유값을 65% 인상키로 했으나 전국의 택시 및 트럭운전사들이 주요도로를 봉쇄하고 대대적인 항의시위를 벌이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정부측은 이에 굴복,유가를 33%만 인상키로 양보했으나 이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부가 유가를 서방국가 수준으로 인상한 것은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국민들은 또 도로가 봉쇄되고 교통수단이 마비돼 직장에 출근도 못하고 빵과 우유 등 식료품의 공급마저 끊기는 엄청난 불편을 겪자 정부측과 협상조차 하지 않고 무조건 실력행사를 벌인 운수노조의 결정도 비판했다.

많은 헝가리인들은 이같은 반대시위가 휘발유값 인상 때문만이 아니고 요세프ㆍ안탈 총리의 연립정부가 경제문제에 있어서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초조감이 쌓여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헝가리는 올해 30%의 인플레율을 보이고 있으며 물가상승의 여파로 앞으로도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도 자유민주당을 비롯,야당들이 안탈정부의 경제실책을 문제삼아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자유민주당의 지도자인 미크로스ㆍ하라제티는 『물가인상만으로 경제난국을 타결하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정책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헝가리의 이같은 혼란은 비단 헝가리뿐 아니라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 동구권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반적 현상이란 점에서 볼 때 앞으로 이들 동구국들이 현 난국을 타개할 묘책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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