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도 경제운용계획목표를 「안정속의 적정성장」에 두고 이를 위해 우선 추곡수매가와 근로자임금상승률을 한자리수이내로 억제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계속된 높은 임금인상으로 인해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물가상승 및 인플레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농민들이나 근로자들은 벌써부터 큰 반발을 보이고 있는등 또 한차례 이를 둘러싸고 열띤 논란이 전개될 조짐이다. 「임금인상 한자리수억제」 문제에 관한 관계연구자의 견해를 듣는다.<편집자주> ◎“임금이 물가부채질” 어불성설/주범은 팽창예산과 방만한 통화/안정우선정책으로 전환이 정도 편집자주>
경제규모가 커지면 물가안정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 1인당 GNP가 5천달러를 넘을 정도가 되면 더욱 그렇다. 이를 잘 아는 정부가 내년도 경제운용계획목표를 「안정 속의 적정성장」에 두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구체적인 정책을 보면 진정한 「안정 속의 적정성장」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현 경제팀이 등장하면서 내건 「성장을 통한 형평추구」만큼이나 희화적인 가면성을 느끼게 한다.
정부는 내년도(소비자) 물가상승률을 8∼10%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5∼7%선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던 당초 목표가 상반기중에 무너지게 방치했던 정부다.
물가목표는 세우나 마나하게 운용하는 성장위주의 경제팀이고 보면 내년도의 물가가 두 자리수를 넘어설 것이라고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인플레예상을 차단시키기라도 하려는듯 60년대부터 물가가 불안할 때마다 내세우던 전가의 보도를 다시 꺼내 들었다. 올 가을 추곡수매가와 내년도 임금의 인상률을 한 자리수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추곡수매가 인상억제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재고미가 과잉이고 쌀 소비량이 줄고 있으며 UR파고가 있다.
따라서 곡가지지를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농업구조조정을 안하고 농업을 「미운 오리새끼」로 취급하여 농촌이 피폐된 상황에서 추곡가지지정책을 대폭 후퇴시킨다는 것은 「민생안정」의 정책이 아니다. 농업구조개혁과 농가 대체소득원의 확보가 선행되면서 추곡가지지정책을 완화시켜 나가는 것이 순리이다. 추곡수매가를 한자리수로 억제해야 한다면 농가가 희망하는 전량을 수매하는 방식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도 임금인상이 한자리수를 넘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은 추곡수매가만큼의 논리도 없다. 임금이 올라도 노동생산성 증가율에 인플레율을 합한만큼만 오르면 물가상승을 부채질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경제논리이다. 이에 따르면 88년과 89년에만 임금인상이 인플레를 부채질하였다. 나머지 80년대와 올해는 그렇지 않다. 노동운동이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노사자율에 맡겨도 내년에 임금이 인플레의 주범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생산성은 매년 10%내외로 오르고 있다. 여기에 올해 오른 물가만큼을 더 얹혀서 내년에 임금이 올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없다. 물론 노동비용이 높은 업종은 가격상승압력이 크게 나타날 것이지만 경제전체로는 인플레압력이 1%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툭하면 지나친 임금인상이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을 떨어 뜨리는 것은 경쟁국보다 높은 인플레와 낮은 품질이다. 임금인상은 88∼89년을 빼고는 인플레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사리가 이런데 노동생산성과 상관없이 임금을 한자리수로 억제하겠다는 것은 임금안정으로 다른 인플레요인을 흡수시키겠다는 것 밖에 안된다. 이것이 근로의욕을 해치고 형평분배에 어긋나며 사회갈등을 불필요하게 심화시킬 것은 뻔하다.
추곡가와 임금 억제외에는 물가안정의 다른 메뉴가 없다는 것이 한자리수정책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감마저 앗아가고 있다. 팽창예산,방만한 통화관리,대기업에 대한 세제ㆍ금융지원,공공요금 인상 등 인플레의 주범들을 방치한 채 추곡가와 임금이 억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균형있는 정책감각도,올바른 경제논리도 아니다.
물가안정과 민생안정을 대립시키는 작은 논리일 뿐이다. 이 작은 논리를 극복하는 길은 성장우선의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위의 인플레주범들을 제대로 다스리는 것이다.<안국신 중앙대교수ㆍ경제학>안국신>
◎노사신뢰로 보수체계 개선을/주택ㆍ산재보험 등 복지투자 확충/생산성따른 이윤배분이 바람직
내년의 임금인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봄의 임금교섭을 앞두고 지금부터 노사간에 신경전이 오고가는 듯하다. 그러나 노사모두 임금인상을 그 크기자체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경제의 지속적발전이란 명제하에 근로자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임금의 수준뿐 아니라 주택 및 교육에 대한 보조 그리고 임금체계개선 등이 중요하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하여야 한다.
근로자의 후생측면에서 볼때 지난 수년동안 임금이 상당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중에는 자신들의 후생이 기대만큼 증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임금상승이 복지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나타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계속된 큰폭의 물가상승으로 가계사정은 나아지는 점이 보이지 않고 부동산투기로 인하여 뛰어오른 전세값을 감당하기에는 오른 임금이 무색할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을 볼 때에도 임금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
수출주도로 경제성장을 지속해 온 우리경제는 국제경제의 환경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노동집약적 상품의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에서는,노동시간과 임금이 경제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들과 중국,태국,필리핀 등 급성장해오는 후발개도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제경쟁력의 강화가 주요과제로 부각된다. 따라서 생산성증가를 상회하는 임금상승이 계속되면 앞으로의 경제성장전망이 결코 낙관적일 수 없다.
그러면 근로자의 보수체계가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가? 우선 근로자의 후생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제반 부가급여,즉 주택,직업교육,작업환경,산재보험,연금 등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의 단체교섭에서 주택과 직업교육이 임금상승만큼이나 중요한 이슈가 되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투자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정부는 기업의 후생복지투자에 대해 세제상의 혜택을 확대하고 기업이 투자하기 힘든 부문에 대해서는 직접 투자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하여 근로자의 삶의 질이 저하되지 않을때,임금수준도 경제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다. 또한 직업교육확대와 작업환경개선을 통하여 생산성증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금전적인 급여체계내에서도 보너스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리고 보너스의 지급은 실현될 기업성과를 배분하는 메커니즘이어야 하며,보너스가 차기의 기업성과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즉,보너스의 액수나 비율이 사전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이윤배분의 가능을 수행할 수 있게끔 교섭하여 조정되어야 한다. 그러면 임금도 유연해질 수 있고 생산성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제언들은 근로자들이 쉽게 수긍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위험기피적 성향이 강한 근로자들은 임금수준 자체,특히 기본급여의 인상이 그들의 후생에 직접적이고 안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로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노사간의 신뢰회복이 선행된 협조적인 노사관계의 정착이 무엇보다도 시급히 요구된다. 정부와 기업이 근로자의 후생복지를 위해 노력하고,또한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여 성취한 성과에 대해서는 기업이 반드시 상응한 보답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루어져,이러한 보수체계의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이 이루어지는 여건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이종훈 국민경제제도 연구원 책임>이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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