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저지르고 뭉개는 지도자 물러나야/「내각제」 합당 때부터 약속”민자당 3대주주 중의 한 사람인 김종필 최고위원이 4일 당 내분의 전개 양상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 주목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당무거부 「행태」에 그동안 적잖은 불쾌감을 표시해온 것은 알려진 사실. 하지만 이날 김 최고위원의 김 대표 겨냥은 단순한 불쾌감 표출의 차원을 넘어 내각제문제 처리방향 등 향후 당 운영에 있어 대주주로서의 목소리를 분명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때문에 김 최고위원의 행동반경에 따라 노김 청와대회동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자칫 내분양상은 새 국면으로 옮아갈 전망이다.
이날 김 최고위원은 일부 신문 방송 편집ㆍ보도국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는 무조건 당에 복귀해 당내분을 수습해야 한다』고 전제,혼자말처럼 『사람 가슴에 무수한 못을 박아놓고…』라며 김 대표에 대해 감정의 앙금과 강도높은 비판을 토로했다.
이 자리엔 최각규 정책위의장 이희일 동자부 장관 김용채ㆍ이태섭ㆍ김용환 의원들도 참석,김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에 공화계 전체 입장의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내분사태 수습을 위해 당연히 노 대통령과 두 김 최고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김 최고위원의 상대적 「소외감」을 간접 반영했다.
김 최고위원이 밝힌 심경을 참석자들의 말을 모아 정리해 본다.
김영삼 대표가 5일 상경하는데 당내분은 수습이 되겠습니까.
『표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당내 패어진 깊은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겁니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표와의 관계도 그렇지요. 노 대통령이 세간에서는 「우유부단하다」 「물태우다」라는 등의 얘기를 듣지만 그 분은 엄청난 5ㆍ17을 한 분입니다.
그런 분이 정면으로 자기에게 대드는 사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생각해 보면 잘 알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번 내분을 수습않으면 또 어쩌겠어요. 사람 가슴에 못을 박아놔도 깊게 박아놨습니다. 그렇더라도 죽든살든 당내에서 해결해야죠』
최근 김 대표의 행동에 대해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요.
『여러분들은 나와 김 대표 사이가 나쁘니 좋으니 하지만 두 사람은 경쟁관계가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 내가 그 양반과 상대할 위치에 있지도 않지만 그 사람도 한 게 뭐 있어요. 마냥 민주화만 외치면 모든 게 해결됩니까. 어떤 사람(김대중 평민총재)은 국회밖에서 이것 내놓으라며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고 또 한 사람(김 대표)은 저것 내놓으라며 당을 보이콧 하고 있는데 이 나라가 한두 사람의 것입니까.
일을 저질러놓고 뭉개기만 하는 그런 사람들은 이젠 물러가야 해요. 나를 포함해 새로 자라나는 싹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합니다. 여기 공화계 인사들이 있지만 이들을 키우는 게 내 책임이죠. 정치인들에게 자기 앞길이 보이지 않으면 참으로 정치의 앞날은 심각한 것이며 난세를 헤쳐나갈 수도 없죠』
김 대표가 요구하는 게 뭐라고 보십니까.
『글쎄 뭐가 뭔지…. 통합 후 10달이 되도록 그 사람이 속마음 털어놓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오히려 노 대통령과 저는 한두 번 마음을 터놓고 얘기한 적 있지만…. 또 그사람은 노 대통령과 단둘이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뒤에 들어보면 그사람 자기속 얘기는 별로 한 게 없더군요. 이러니 당 일인들 제대로 될리 있겠습니까』
당 대표는 내각제 합의문 서명 때 반대했다고 하는데요.
『반대는 어떻게 반대했다는 겁니까. 통합된 지 10개월이고 서명한지 5개월이 됐고 그간 여러 차례 내각제를 서로 다짐했지만 김 대표가 가타부타,쓰다달다 얘기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3당통합 때는 외국 신문에까지 「내가 통합했다」고 선전을 하더니 오늘 이게 뭡니까. 그 사람,교회 장로라면서요. 장로라는 사람이 요즘은 하나님께 맹서한다는 말까지 쓰더군요. 요사이 신문을 보면 사진기를 모두 없애버리고 싶은 생각입니다.
당에서 심각하게 회의하는 모습은 없고 산에 올라가는 사진은 대문짝 만하게 나가고…』
김 대표와 박태준 최고위원이 자주 언쟁을 벌였다는데.
『회의에서 사리에 너무 어긋날 때면 몇 마디씩 하는 정도입니다. 박 최고위원은 정직하고 분수를 아는 사람이지요. 자기 위치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었어요』
민자당은 정말 갈라서는 겁니까,수습이 되는 겁니까.
『그것이야 그사람(김 대표 지칭)이 잘 알겠지요. 튀어나간 것이 벌써 두 번째가 아닙니까. 앞으로도 지자제,총선거 등 큰일이 산적해 있는데 그때 또다시 튀어나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당을 책임진다는 사람이면,당 밖에서 요구나 하고 그걸 매일 신문에 내게하고 그러면 안돼요』
김 최고위원은 김 대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군요. 이런 진통이 민자당 내분을 수습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이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보채는 겁니다. 나도 이제 소리지를 때 지르겠어요. 자기 갈 길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나는 내 갈 길을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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