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지도 벌써 24일이 지났다. 정부는 그동안 범부처별로 「대범죄 전쟁」 수행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어 가시적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범죄꾼들이 움츠러든 추세도 보이고 교통을 포함한 사회의 각종 무질서도 많이 개선 되었다.한때는 「전쟁선포」 후에도 흉악사건이 계속 발생했고,범죄발생 건수 자체도 별로 줄지 않았다는 비난도 있었으나 각종 여론조사는 일단 「범죄전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전쟁」이란 낯익지 않은 용어를 내걸었던 정부조치는 일단 효과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4일간 계속된 전쟁수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속전속결 식의 지금과 같은 방식이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저러다가 수사경찰관과 마찬가지로 시ㆍ도 일선 공무원들마저 모두 탈진시켜버려 관공서의 공무부재 현상을 초래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통령의 「10ㆍ13선언」은 범죄와의 전쟁과 함께 불법과 무질서 추방 및 과소비와 투기ㆍ퇴폐와 향락풍조 일소 등이 골자이다. 범죄와 전쟁은 경찰과 검찰 등 일선 공권력의 몫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일반 행정부처 특히 일선 시ㆍ도 공무원들이 해야 하는 일들이다.
「새질서 새생활운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행정차원의 「범죄전쟁」은 교통질서 바로잡기,불법 주ㆍ정차 단속,심야영업 단속,업소전등 1개 끄기 에너지절약운동 등이다.
시ㆍ도와 시ㆍ군ㆍ구 그리고 동ㆍ면사무소 공무원들은 이를 위해 몸으로 뛰어야 한다. 상오 7시30분까지는 책임구역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에 나가 횡단보도 제대로 건너기와 줄서 버스타기를 계도한다. 낮에는 과별로 할당권 구역에 나가 불법 주ㆍ정차 단속을 하고 저녁에는 역시 심야영업 단속과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하러 업소를 돌아다닌다.
어디 그뿐인가. 청와대ㆍ총리실ㆍ감사원ㆍ본청 등의 실적 점검에 대비해야 하고 각종 시민대회와 가두 캠페인에도 나서야 한다. 『전쟁에서 소총수인 일선 공무원들이 감히 어떻게 퇴근시간을 생각할 수 있겠느냐』는 일선 중간간부 공무원의 이 말을 어떻게 새겨들어야 할 것인가.
사람의 체력과 일을 감당해 내는 집중력엔 한계가 있다. 일선 공무원들이 물리적으로 견디어 내기 어려운 격무의 연속에서 쫓기다 보면 본업무인 공무에 소홀해지거나 등한해지기 쉽다. 시민들이 그만큼 불편해지고,그것이 새로운 민원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또 과거에 수없이 보아왔지만 관 주도의 캠페인은 일과성으로 끝날 수가 있는 만큼 많이 동원하면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는 양의 개념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범죄와의 전쟁이나 새질서 새생활 운동이 계속적인 효과를 유지하면서 생활에 정착되게 하기 위해서는 2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지금부터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지속적으로 일을 진행시킬 수 있게 정책유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중간점검 단계를 두지 않고 계속 실적위주나 전시효과를 노리다가는 공무도 범죄와의 전쟁도 다 놓치는 우를 자초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