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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수원로들 개혁파에 “쐐기”(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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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수원로들 개혁파에 “쐐기”(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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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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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사태후 입장 강경/진운ㆍ이선념 등 8순고령에도 활동 왕성/등소평 7월 이후 “침묵”지도력 약화 추측중국의 보수파 원로들이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혁명 제1세대」인 이들은 주로 매스컴을 통해 각종 담화를 발표,지난해 6월 천안문사태 이후 잠잠해 졌던 개혁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것을 강력히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원로들은 중국 최고실력자인 등소평의 동정은 지난 7월 이후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어 그의 지도력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

그는 평소 『원로들은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러한 주장이 현재 다른 원로들에 의해 「무시」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80세를 넘은 원로들의 일상행동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던 것이 중국의 관례였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며 활동도 왕성한 것으로 최근 매스컴은 전하고 있다.

보수파의 거두인 진운 중앙고문위원회주임(85)은 지난 5월께 중병설이 떠돌았으나 중국 당국은 곧 『귀가 잘 안들리고 보행에 약간 곤란이 있지만 문제는 없다』라고 발표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그는 지난 8월말 오랜 침묵을 깨고 관영 인민일보에 수자원문제에 관한 지시를 발표,건재함을 과시했다.

서방측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회과학원 부원장으로 개혁파 경제학자로 알려진 유국광이 지난 9월중순 발표한 「진운이 저서를 학습함」이란 논문이다.

진운은 계획경제를 중시하는 경제운영론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 논문은 『진운은 일찍부터 시장기능을 활용하자고 주장했다』고 지적,그의 「선견지명」을 극찬했다.

이에 대해 서방측 관계자들은 『개혁파가 진운의 권위를 이용,시장기능의 중요성을 호소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보수파로서 그의 영향력이 아직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주석을 지냈던 이선념 정치협상회의주석(81)은 지난 10월중순 전국소년선봉대 앞으로 「인민의 이익을 무엇보다 우선하라」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냈다.

그 내용이 인민일보 1면에 크게 보도됐는데, 「모택동사상과 마르크스ㆍ레닌주의에 따라 국가와 인민이 여러분에게 부여한 깊은 애정에 보답하라」는 일종의 정신훈화였다.

88년 3월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지냈던 팽진(88)은 지난 9월중순 인민일보에 「실사구시의 정신을 견지하고 헛된 망상을 배제하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연안정신연구회」에서 발표한 내용들을 모은 것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주장은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일부 동지들은 경계심이 부족하다」는 등의 내용이 기조를 이뤄 강경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역시 지난 여름 북경의 고층빌딩을 시찰할 정도로 튼튼하다.

87년 1월 호요방 총서기 실각때 큰힘을 발휘했던 박일파 중앙고문위부주임(82)도 각종 집회에 아주 열심히 참석,원로중에서 가장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같은 원로들의 행동과 발언은 중심인물을 가지고 있지 못한 개혁파에 대해서는 커다란 「압력」이 되고 있다.

원로중에서 그다지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 못하는 사람은 왕진 국가부주석(82) 정도다.

지난 여름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현재 요양중이다. 측근들은 「거의 완쾌된상태」라고 말하고 있지만 고령이어서 완쾌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원로들의 왕성한 활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등소평의 동정에 대해서는 지난 7월 이후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붕 총리는 지난 8월 『등소평 동지는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으며,외무부 대변인도 『건강상태는 양호하다』고 잘라 말했었다.

그러나 등소평은 이광요 싱가포르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의 면담요청을 거절했었다. 그는 지난여름 북경 고층빌딩을 시찰했을 때 신체상으로 건강해 보였으나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 목격자가 전했다.

등소평은 평소 지도부의 노령화에 반대해 왔으며 스스로 이를 실천해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의 주장에 따르는 원로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강택민 총서기 등 현 중국 지도부는 중요사항에 대해 등소평의 지시를 받고 있으나 그가 완전은퇴를 너무 강조한 결과 그의 비중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소련 및 동구권의 변화,이웃 몽고의 민주화 등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서 등과 다른 원로들의 상반된 행동이 중국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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