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선회… 노대통령 태도정리 시사 청와대/요구수용 강공속 “곧 제2의 결심” 김대표/“당권 뒷거래는 묵과 못해” 단호자세 민정계○“선택의 폭 너무 좁다”
민자당의 내분상태는 지난 2일 김윤환 총무가 마산의 김영삼 대표와 단독요담을 하고도 이렇다 할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은 채 혼미상태가 3일도 거듭되는 실정.
내각제개헌 포기가 기정사실화된 후에도 김 대표가 계속 청와대회동에 유보적인 이유가 당권에 대한 보장을 요구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민정ㆍ공화계는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어 이제 민자당 내분은 「당권게임」으로 비화되어 있는 상태.
수습과 결렬의 판가름이 임박한 가운데 청와대,민정계,공화계,민주계는 심각한 양상 속에 부산하게 움직였다.
▷청와대◁
청와대는 마산에 다녀온 김윤환 총무로부터 김 대표와의 면담 내용을 전해듣고 종전의 「수습노력 계속」과 「최종적인 선택 대비」라는 두 갈래 강ㆍ온 입장에서 강경 쪽으로 선회해가는 듯한 분위기.
노 대통령은 이미 김 총무가 마산으로 내려가기 전부터 이번 파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듯 『정상적인 방법으로 당의 운영이 회복되도록 해야할 것』이라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져 김 총무의 마산행이 수습국면 전환이라기보다는 노 대통령의 이같은 확고한 입장과 김 대표의 진의파악에 중점이 주어졌던 것으로 관측.
노재봉 비서실장과 최창윤 정무수석비서관 등은 이날 아침부터 삼청동 회의실에서 민자당 및 여권의 고위관계자들과 김 총무의 면담내용을 토대로 향후의 사태진전에 대한 대응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자리에서 상당히 강경한 발언이 주조를 이뤘다고 한 관계자가 전언.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김 대표와 민주계측이 점차 청와대측으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좁히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노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어떤 생각을 굳히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어떤 생각」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조만간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경우 노 대통령이 당총재의 입장에서 계파를 초월한 민자당 당원 모두의 대오각성 촉구와 유감표명을 내용으로 한 입장천명이 있을 수도 있다』고 관측.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한 행동이 고쳐져야 한다는 강경론이 여권 핵심부에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같은 강경 분위기를 수용할지 여부는 아직은 미지수』라고 부연.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당운영과 관련해 문제가 있을 경우 당 총재와의 면담을 통한 건의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으며,그 대화통로는 지금까지 열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요구와 주장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노 대통령의 입장을 전언.
이 관계자는 이어 『김 대표가 귀경한 뒤의 추이에 따라 청와대측의 상황대처가 있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전망을 할 수 없으며 김 대표의 노 대통령 단독면담도 매우 불투명하고 그렇게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시사.
○“단식할 때의 심경”
▷마산◁
○…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 김윤환 총무와의 「마산요담」 이후 민자당 내분이 막바지 고비에 들어선 가운데 마산체류 4일째인 김 대표는 3일 인근의 무학산을 등반.
김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고비 때마다 보여온 행동양식에 비추어 이날 등산은 이번 당 내분사태와 관련한 마지막 「결심과정」의 수순이라는 측근들의 풀이인데,김 대표도 산을 오르며 『험하지 않은 산을 오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로 정면승부의 힘겨루기를 늦추지 않겠다는 자세.
특히 김 대표의 언급은 전날 김 총무와의 요담 이후 나온 첫 반응이어서 주목.
이와 관련,이날 아침 김 대표와 독대를 하고 나온 강삼재 의원은 『김 대표가 당무에 관한 한 전부가 아니면 전무를 선택하겠다는 뜻을 김 총무에게 전한 것 같다』고 말해 청와대측의 김 대표 요구수용 여부가 관건임을 강조.
이를 반영하듯 김 대표는 이날 무학산 정상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을 예시하며 청와대측을 향한 정면 「으름장」을 계속하는 고강도 어법을 구사.
김 대표는 『내각제 포기문제는 이미 끝난 일인데 이를 갖고 수습여부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건방진 얘기』라고 말해 자신의 요구가 「다른 종류」임을 강조한 뒤 『왜 박정희ㆍ이승만 전 대통령이 그리 됐는지,지금 누가 산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라며 『웃기는 소리』라고 통박.
그는 또 『단식할 때 심경과 똑같다』 『역사와 국민을 두렵게 생각해야 한다』 『정치에서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는 등 사태가 막바지 단계에 와 있음을 계속 암시.
김 대표는 이어 일요일인 4일 부친 김홍조옹이 나가는 마산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볼 예정이라면서 『국민에게 평화와 통일과 소망을 주고,나에게는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겠다』고 밝히기도.
김 대표는 이날 사태수습 여부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을 명확히 선정하고 있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는데,수습전망에 대한 질문이 그치지 않자 『머리가 나쁜 사람 아니면 그만큼 얘기하면 알아들을 것 아니냐』고 뼈있는 반문.
이날 김 대표의 산행엔 강 의원과 현지의 한누리산악회원 50여 명이 동행했는데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비교적 담담하고 여유있는 입장. 김 대표는 수차에 걸쳐 『결정의 시기가 임박했다』 『모든 정치적 입장이 오늘 내일 지나면 알게 된다』고 말했는데 강 의원은 『김 대표가 어떤 협상차원이 아니라 이미 자신의 정치생애를 크게 전환시킬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마산=조재용 기자>마산=조재용>
○노김 회동 일말 기대
▷중앙당◁
민정계의 박태준 최고위원과 중진ㆍ소장의원 10여 명은 3일 상오 서울 H음식점에서 회동,심각한 상태에 이른 당내분에 대한 계파의 입장을 정리.
이날 모임에서는 전날 김윤환 총무의 마산행이 집중 거론됐는데 특히 김영삼 대표의 당권보장 요구설에 대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강경입장이 주류.
의원들은 『김 총무가 마산에 가지고간 카드에 「김 대표 당권보장」이 들어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민정계의 사기에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라며 박 최고위원에게 설명을 부탁.
이에 대해 박 최고위원은 『김 총무나 저쪽(민주계)으로부터 지금까지는 그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
박 최고위원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당권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표명하는 것은 옳지 못할 것』이라며 『일단 김 총무 얘기를 들어보고 필요하면 총재께도 말씀드리겠다』고 언급.
그러자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당권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앞으로 이와 관련한 어떤 「뒷거래」도 묵과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견을 집약.
의원들은 또 『김 대표를 비롯,민주계는 자신들의 반대로 사실상 내각제 개헌이 불가능해진 만큼 즉시 당무에 복귀,모든 문제를 당의 공식기구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
이 모임에는 이종찬 이한동 이춘구 심명보 이자헌 이치호 오유방 신상식 김현욱 장경우 김중위 최재욱 의원 등이 참석.
한편 김 총무는 귀경에 앞서 이날 상오 부산 숙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 면담에서 당권 부분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김 대표가 기강확립 등의 부분을 얘기했고 이것을 내가 대통령과 최고위원들에게 전해드릴 것』이라고 말해 당권과 연결된 기강확립 문제가 「핵심사안」으로 부상했음을 시사.
김 총무는 『김 대표가 지금까지 완전한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면서 『김 대표가 특히 「신뢰회복」 부분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고 소개.
김 총무는 또 『김 대표가 분당부분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확고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서로가 「당을 깨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만큼 일단 만나면 모든 게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노ㆍ김 회동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눈치.
김 총무는 『김 대표가 이런 상태로 당에 다시 들어갔을 경우 똑같은 사태의 재발을 매우 우려하는 듯했다』면서 『이제 대표의 입장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 남았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고 언급.
김 총무는 부산에서 1박한 뒤 상오 11시께 귀경,곧바로 여의도당사로 와 김종필ㆍ박태준 최고위원과 박준병 총장,최각규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핵심당직자회의에서 김영삼 대표 면담결과를 보고.
40여 분 동안의 회의가 끝난 뒤 김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주초에 상경할 것 같다는 김 총무의 보고가 있었다』고만 말할 뿐 더이상의 언급을 회피.<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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